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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교차별과 인권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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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교차별과 인권국가

입력
199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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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화교의 역사는 1세기를 넘는다. 1880년대 일본의 한국침략 야욕에 자극받은 청조가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강조하기 위해 갑작스런 이민정책을 취해 산둥성 지역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했다.19세기말과 광복 직후 내전을 피해온 중국인들이 인천과 서울 부산 원산 등에 둥지를 틀어 차이나 타운이 형성되기도 했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한 이민정책이 스스로 나라를 등지게 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주한 화교의 역사는 막을 내리려 한다. 50년대까지만 해도 20만명을 넘는다던 화교인구가 2만1,000여명으로 줄었다. 차별과 멸시를 견디다 못해 대만 미국 캐나다 일본 등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자장면 값을 올려주지 않아 화교들이 떠났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알고 보면 그보다 더한 고초를 겪고 있다. 그들은 자기 집을 가질 수가 없고, 국내 대학에 갈 수도 없다. 취직도 장사도 어려우니 재이민말고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이런 배타성을 잦은 외침의 수난에서 형성된 민족적 피해의식의 결과로 보는 학자도 있지만, 정도가 심해 낯이 뜨거울 때가 많다. 외국인을 지칭할 때 나라 이름 뒤에 「놈」자를 붙여 말하고, 특히 중국인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 유력인사들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제일 큰 이유가 민족적 배타성이라는 조사가 있었다. 일본에 재일동포 지문날인을 항의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계속해 왔다.

▨정부는 며칠 전 5년 이상 거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주기로 했다. 대외적으로 인권국가가 되었음을 과시하고, 재일동포들의 지방선거권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할 의도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하루 아침에 인권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추진하는 차이나타운 건설계획을 승인하고, 한국화교경제인협회 설립 등을 도와 가까운 이웃으로서 사이좋게 살아가는 글로벌 시민 정신 없이는 떠나는 화교를 붙잡을 수 없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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