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BK21 지원선정이 서울대 중심으로 결정된 후, 서울대와 함께 한국 상아탑의 「트로이카」임을 자처해온 고려대 연세대에서 동문들을 중심으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자칫 모교가 2류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노파심까지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려대 국문학과 85학번인 김모(34)씨는 평소 신문에서 「높을 고(高)자」만 봐도 눈이 번쩍 띌만큼 「유별난」애교심의 소유자.
그는 BK21 최종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31일 고려대 동문회와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도대체 결과가 이렇게 나올 때까지 학교나 동문회에서는 무얼 했느냐』고 질책했다. 고려대 동문회에는 이런 내용의 항의전화가 하루에 여러 통 걸려오고 있다.
김씨는 『모교가 공학분야에서 후발 대학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번 결과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국 서울대의 막강한 로비력에 밀린 것 아니겠느냐』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연세대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는 마찬가지. 대학원에 재학중인 사학과 92학번 김모(26)씨는 『최근 동문들의 술자리는 BK21 성토대회나 다름없다』며 『비록 이공계에 한정된 문제이지만 동문들은 학교전체의 위신 추락으로 보는 것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지어 서울대 연대 고대로 대표되던 일류대학구분이 무색해졌다는 자조까지 터져나온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평소 「최고사학」의 자리를 놓고 앙숙처럼 지내던 양교가 BK21을 계기로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교 공대 학생회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정기 고연전」행사기간에 BK21의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이모(23)씨는 『서울대 공화국으로까지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연고대라는 독특한 교풍의 대학이 있어 서울대 독주를 어느정도 견제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대에 날개를 달아준 격인 BK21은 우리나라 교육의 독점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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