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낙관말고 신중히'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유보를 이끌어 낸 베를린회담 이후에도 남북관계의 속시원한 쾌주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북한은 미사일, 관계정상화, 경제제재해제를 고리로 북·미대화에 주력하려 할뿐 남북대화에는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잇따라 열릴 북·미회담에서 북·미평화협정체결을 고집, 자연스럽게 남한을 배제시키려 할 것이다. 서해교전, 북방한계선(NLL) 무효선언과 같은 국지적 도발도 이같은 계산아래 시도된 것이다.
북한은 북·미 관계개선이 급진전을 이루면 한·미·일 3각 공조의 틈새가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미관계 진전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연계하지 않는 우리 정부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 내부사정도 남북관계 개선을 낙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제재건을 제 1목표로 내세우는 북한은 바닥을 친 경제를 소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고 있어 대남 화해무드 조성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하지만 당국대화에 소극적인 북한은 경제적 실리를 취할 수 있는 민간차원의 남북 경협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해제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면 민간경협의 폭과 깊이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국자들은 『향후 남북관계를 비관할 필요도, 낙관할 필요도 없다』며 『한·미·일 3국이 취할 조치를 담은 페리권고안을 놓고 북·미가 협상을 한다면 우리가 소외된다는 시각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미협상 테이블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과 이산가족 재회 문제가 자연스럽게 등장, 남북이 얼굴을 맞대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
서해교전으로 곡절이 있었지만 올 2월 남북고위급 정치회담을 제의하고 6월 차관급회담에 응했던 북측 태도로 미뤄볼때 하반기 남북고위급 정치회담 등 대화 가능성도 있다고 낙관하는 분위기도 있다.
당국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후 남북경협이 활성화하는 페리권고안이 궤도에 오를 경우 한·미·일의 대북 지렛대가 강화되는 상황을 주목해달라고 주문한다. 이때쯤이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경분리에 기반을 둔 경협을 적극 지원, 미국시장을 겨냥한 임가공사업 확대, 남북과 미국간 삼각무역의 활성화를 꾀할 계획이다. 아울러 북한의 국지적 도발을 예방하고 인도적 지원 및 당국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포괄적 접근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장기적으로 한미 군사동맹, 주한미군 지위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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