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비율은 자율적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외이사 의무비율을 현재의 25%에서 50%로 확대하는 것은 이사회 구성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며, 정책효과도 불분명하고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첫째, 의무비율의 확대가 이사회 기능의 정상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기본취지는 경영진으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책임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사회에 대한 투자자의 감시기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외이사의 수적 증가가 이사회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다. 사외이사 비율이 70%에 이르는 미국에서도 이들의 역할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의무비율의 확대는 경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에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현재도 사외이사의 자질과 능력,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저조한 이사회 참석률, 잦은 사퇴압력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며 이윤창출보다는 기업활동의 공공성을 강조함으로써 기업 본연의 존재가치를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제가 도입된 지 이제 2년째로 미숙한 상태임을 감안할 때, 정부는 의무비율을 급히 확대하기보다는 투자자의 이사회 평가 및 견제기능을 강화하고 지금의 사외이사제를 정착시키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과반수 확대 논리는 위정자의 국정책임과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국회에서 야당의원이 과반수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셋째, 사외이사의 과반수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 많은 나라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사외이사 중심형 이사회 구조를 하나의 대안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안의 채택 여부는 기업과 투자자의 자율적인 결정사안으로 남겨두고 있으며 우리처럼 정부가 개별기업의 특성을 간과한 채 획일적 규제로 접근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에서도 감사위원회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 외에 의무비율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미국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외이사 중심형 이사회 구조를 선택한 까닭은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폭넓게 인정해주는 등의 유인 때문임을 참고해야 한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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