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보고서의 공개는 한·미·일 3국의 공조체제를 토대로 한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이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로 공식 제안됐음을 의미한다.이로써 지난해 11월 미국의 대북정책 전반을 점검할 필요성에서 시작된 보고서 작성작업이 우여곡절끝에 완료되고 의회보고라는 형식을 거침으로써 앞으로 페리구상안을 기조로 한 미국의 대북정책 집행이 보다 탄력을 받게 됐다.
페리구상의 궁극적 실현목표는 한마디로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다. 한반도 안정의 위협적 존재인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수출·생산·배치 등을 포기토록 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페리는 한·미·일 3국은 북·미, 북·일 관계개선과 경제적 지원 등 혜택을 반대급부로 제시, 북한을 실질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페리 제안은 한마디로 북한이 지역안정을 위협할 때마다 사안별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일괄타결을 통해 매듭짓는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페리는 3단계 실천방안을 제안했다.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발사중지를 끌어내는 대신 대북경제제재를 완화시키는 내용이 1단계로 12일 베를린 북·미고위급회담 타결에 따라 미국이 경제제재 완화를 구체화하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페리는 2단계로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의 포기를 보장받는 중장기적 과제를 달성한 뒤 마지막 3단계에서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 등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페리조정관은 포괄적 접근안이 성공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변수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 한·미·일 3국의 공조체제 제네바 핵합의 유지 미 의회의 지지 등을 꼽았다.
특히 페리 조정관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 이산가족의 재회, 납북 일본인문제 등 한국과 일본의 관심사가 북·미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 3국 공조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페리의 권고안이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베를린 회담결과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미 의회 공화당 의원을 납득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또 일본도 3국 공조의 큰틀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중단 선언을 끌어내지 못한 데 불만을 갖고 있는 등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페리 스스로 지적했듯이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감행할 경우 포괄적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페리 구상은 미 내부 지지기반 확보와 한·미·일의 확고한 동맹을 담보하지 않는 한 용도폐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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