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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투병력파견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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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투병력파견 신중해야

입력
199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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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량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 동티모르에 전투병력을 파병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중이라고 한다. 유엔의 파병요청이 있을 경우 특전사 1개 대대와 의료 및 공병요원 일부를 혼합 편성해 동티모르 유엔 국제평화유지군(PKF)의 일원으로 파견하려는 계획이다. 의료지원단이나 공병부대만을 보낼 경우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므로 부득이 최정예 전투병력인 특전사요원들을 호위용으로 딸려 보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정부가 월남전 이후 처음으로 실전병력의 투입까지를 고려하게 된 배경은 인권이다. 주권보다 인권을 우선시하는 국제사회의 조류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는 찬성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우리도 당당히 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김대중대통령이 아·태경제공동체(APEC) 정상회담에서 동티모르 인권문제를 적극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탈북자문제 등 북한의 인권문제까지 거론했더라면 더 좋았겠으나 아무튼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는 우리의 모습은 과거 정부와 비교할 때 훨씬 당당해서 좋다. 아마도 노벨평화상 후보에 까지 올랐던 김대통령의 인권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아무리 국제적 위상제고나 인권이 중요하더라도 무장 민병대와의 무력충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전투병력을 꼭 파병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생각이 앞선다. 당장 우리쪽의 사상자 발생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평화를 위해 우리도 싸울 수는 있다. 그러나 지상전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에서 국제평화유지군이 코소보사태에서처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보장이 우선 없다. 현지 체류중인 우리 교민이나 상사주재원들의 안전문제도 걱정이다. 인도네시아 민족주의 세력이 군부를 앞세워 외국군대의 주둔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 경우 우리는 극단적인 상황에 휘말릴 수 있다.

당장 야당부터 전투병력 파견에 반대하고 있으니 국회동의를 얻는 것부터가 수월치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운 사안인 것이다. 동티모르사태는 그만큼 양상이나 참전명분 측면에서 월남전과는 사정이 다르다. 대규모 교역 상대국인 인도네시아와의 외교적 관계를 감안할 때도 정부의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동티모르의 소수도 중요하지만 자칫 인도네시아 전역의 정정불안으로 사태가 악화해 간신히 싹이 튼 그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내정상황을 먼저 주의깊게 살핀 뒤 전투병력보다는 의무부대, 수송부대 등 후방지원부대를 파병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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