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 불간섭 원칙과 강대국으로서의 역할 행사 욕구 사이에서 저울질을 계속해온 중국이 결국 동티모르 사태 개입 쪽으로 정책 가닥을 잡고 있다.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13일 B 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외국군 수용 결정을 환영하면서 인도네시아가 동의할 경우 파병한다는 중국 입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티모르 사태의 전개 양상을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며 『파병 문제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이지만 대세로부터의 고립이 초래할 국익 저해를 감안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게 서방 외교관들의 관측이다.
이들은 특히 동티모르 사태가 중국에게는 대단히 독특한 사례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미 관계와 동남아시아 화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 등이 종합적으로 분석된 결과 파병론이 설득력이 얻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하야 당시 인도네시아의 화교들이 집중적 피해를 당했는데 동티모르 사태가 인도네시아의 정정에 영향을 미쳐 본토로 확대될 경우 화교 수난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대한 재력을 쌓아온 동남 아시아의 화교 세력은 중국 경제 발전의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코소보 분쟁과 대만과의 양안 갈등 이후 미국과의 관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WTO 가입 문제의 조속한 매듭도 포함돼 있다. 지금은 중국이 미국을 포함하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출 시점이며 무엇보다도 당사국인 인도네시아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내정 불간섭 원칙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명분이 뒷받침된다는 인식이다.
중국은 92~93년 캄보디아 총선 문제로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화유지군 활동 결정에 기권했고, 해당국이 대만과 연계돼 있을 때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대만과 티베트를 비롯한 국내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 등 외세 개입 유발 요소가 상존하는 국내외 문제에 미국 등 서방국의 간섭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정은 미국에 맞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대외 정책에 걸림돌이 돼왔으며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코소보 분쟁에서 중국은 외교적으로 무력감을 느끼고 대사관이 피폭되는 쓴 맛을 봐야 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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