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무심히 팔을 저어 쫓아버리는 파리. 병을 옮긴다고 연일 약을 뿌려대며 지구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바퀴벌레. 언젠가부터 도시를 떠난 나비, 추억속에서 존재하는 왕잠자리의 세계.무심히 지나치거나 웬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러나 실제 거의 모르고 지나치는 곤충들. 지구상에 200~ 300만종이 살고 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최근 열대 우림에서는 전혀 새로운 곤충들이 무더기로 발견됐고, 하루에도 수십종의 곤충들이 멸종한다. 퍼듀대학의 로스 아넷교수는 목록에 오른 딱정벌레만 21만 9,409종이라고 밝혔다. 바퀴벌레만 3,500가지나 된다.
이 어마어마한 수의 경이로움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들 하나하나가 자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들 생명의 원리는 무엇인가, 그들과의 동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곤충의 세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68년 미국 하워드 에번즈(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동물학교수)박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 행성의 생명」(68년 저서)이라고 했다. 미지의 우주만큼이나 엄청나고, 경이로운 곤충들.
「곤충의 행성」(사계절 펴냄)은 이 책의 93년 개정판이다. 땅속에 도시를 건설하는 톡토기의 세계, 왕바퀴벌레의 지성과 감성, 개천의 도마뱀에서 하늘의 용으로 변하는 잠자리, 시인이자 권투선수인 귀뚜라미, 마법을 지키는 반딧불이의 세계가 신비로운 우주를 탐험하듯 펼쳐진다. 그가 관찰한 나비는 선경(仙境)인 엘리시온 낙원의 향기로운 꽃 아스포델로스 사이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호화로운 유령이며, 파리는 날쌘 탕아이다.
그가 탐험하는 곤충의 세계는 낯설지 않다. 작은 것의 의미와 근원을 명징하게 묘사하면서도 그것이 인간과 함께 사는 존재임을 잊지 않았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수없이 발명되는 살충제와 희생된 수많은 곤충들, 그것을 견뎌낸 더 무서워진 곤충들. 에번즈 박사는 그들의 대한 발견은 언젠가는 인간과 곤충의 보다 나은 공동체를, 인간과 곤충이 불화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살충제가 담긴 분무기 대신 돋보기를 들고 주변 곤충들의 모습을 보자. 「곤충의 행성」은 이 지구에서의 우주여행이자 큰 기쁨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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