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베를린협상 타결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첫걸음이란 정부의 평가 만큼이나 한반도 질서와 안보환경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화에 의한 미사일 문제 해결은 북한과 미국의 새로운 양자관계 정립을 전제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국제사회는 그간의 북·미협상과정 못지않게 협상타결 이후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정상화를 향한 긴 여정에 동행키로 한 것은 결코 양자관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북·미관계에 따른 영향과 파장은 한반도 주변국 모두의 이해와 직결돼 있는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북·미관계개선을 남북대화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정부방침을 존중하면서 정부와 미국, 그리고 북한측에 대해 몇가지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포기와 미국의 관계개선 제안에 의한 새로운 북·미관계는 양자간 정치협상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있다.
만에 하나 북한이 대미협상에만 주력하면서 한·미·일 공동방안인 페리보고서의 수정과 손질을 요구한다면 여기에는 반드시 이해 당사국인 한·미·일 3국의 철저한 정책조율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북·미간 이면합의나 밀실합의 같은 것이 한국과 일본의 양해없이 이뤄질 경우 이에따른 후유증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미국은 특히 관계정상화를 서두르면서 한미안보동맹의 이완을 꾀하려는 북한의 유도전략을 경계해야 한다. 북방한계선(NLL) 재설정문제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북·미간 정치협상의 의제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결국 북·미 추가협상과정에서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철저하게 유지하는 문제를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저지됐다고는 하나 북한은 여전히 남한과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 배치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베를린에서 조성한 해빙무드와 남북간 해빙무드가 별개인 이유다.
미국은 따라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되, 어디까지나 북한 미사일의 연구 개발 배치 수출 포기를 철저히 검증·확인하는 것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미국은 나아가 북한이 더이상 벼랑끝 전술로 국제사회의 긴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내실있는 관계개선을 도모한다면 국제사회의 일원에 걸맞은 개방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원칙을 무력화하면서 북·미협상에만 매달리는 북한의 이중적 접근방식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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