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병무청에 등록된 병역특례 채용업체는 1만2,000여개로 연간 채용규모는 2만명 안팎에 이른다. 또 공익근무요원은 4만8,000여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무보조원이나 막노동등에 투입돼 전문기능을 사장시키고 있으며 이들의 신분상의 약점을 악용한 업체들의 횡포도 개선되지 않고있다.◆병역특례제도=73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에 따라 올 2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통신회사에 입사한 장모(26)씨는 『전기공학을 전공해 통신분야 일을 맡을 줄 알았는데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고작 서류정리와 무선전화기 수리였다』면서 『처음에는 기가 막혔지만 이제는 체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항을 교묘히 이용한 체불임금과 부당노동행위도 복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중인 최모(22)씨는 『하루 11시간씩 청소 풀뽑기 등 중노동에 시달리며 1년동안 휴일은 4~5일에 불과하다』며 『월급도 두세달씩 체불하기 일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산업기능요원 이모(24)씨는 『매일 밤 11시 이후 퇴근하게 하는 것을 참다못해 사장에게 불만을 제기했다가 「군대 안가고 돈벌면 됐지 무슨 소리냐」는 욕설과 함께 앞니가 2개 부러지는 폭행을 당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하려다 복무기간이 얼마 남지않아 참고 있다』고 말했다.
병역법시행령에 따르면 출장을 포함한 국내 파견근무시에는 관할 지방병무청장에게 승인을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는 업체도 극히 드물다.
산업기능요원 남모(20)씨는 『특례병들의 무단출장으로 사장이 고발을 당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출장지시가 내려졌다』면서 『계속해서 명령을 거부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버티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익근무요원제도=95년부터 도입된 이 제도의 최대 문제점은 업무능력과 자질을 고려하지 않는 배치. 외항선이 드나드는 국가중요시설 「가」급인 부산 K부두는 마약밀매, 밀항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어서 각별한 감시가 필요한데도 전과자 폭력배 출신 공익요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인근 세관에서 복무중인 오모(23)씨는 『부두 공익요원들이 공공연히 세관의 행정공익요원에게 「돈을 갖고 오라」는 등의 협박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디스크 등으로 육체노동을 감당하기 힘든 공익요원들에게 종일 서서 일하는 교통단속을 맡기거나 산림감시를 시키는 경우가 적지않다. 한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방역공익 현모(21)씨의 하루일과는 방역과는 전혀 관계없는 「청소, 개밥주기, 밭갈기」로 채워진다.
그는 허리디스크와 피부 알레르기질환을 앓고 있어 각종 약품을 다루는 연구소 근무는 적절치 않다. 그는 『얼마전 죽은 소를 묻고 나서 온몸에 반점이 생기고 고열이 나 고생했다』면서 『보직변경이라도 신청하고 싶지만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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