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미사일 협상'이 관건베를린 고위급회담이 타결됨으로써 이제 북한과 미국은 정상화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양측은 12일의 언론 발표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관계정상화를 위한 추가협상 일정 등에 합의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이 이르면 이달안에 북한을 적성국에서 제외, 무역·투자·금융규제 등을 풀고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재완화방안」을 먼저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적 차원」이라는 명분아래 대규모 식량지원 계획도 제시할 전망이다. 이는 베를린회담에서 이면합의된 이른바 미국의 「선(先)제재완화 발표」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성의표시가 가시화한 직후 북미 양측은 미사일협상과 제제완화 협상, 관계정상화 회담등 크게 세 갈래의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선 제재완화 협상은 일단 미국이 행정부 재량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외에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미교포들의 대북투자를 활성화하고 북한측의 요구대로 금창리 지하시설을 활용하기 위한 합작투자문제, 북한개발기금 설치문제등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미사일협상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4차례 진행된 미사일협상에서 탄도미사일 개발포기, 수출중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 회담에서 일단 미사일발사 강행의 급한 불은 껐지만 수출중단 문제는 또 다른 난제다.
북한은 중동과 서남아시아 등에 미사일수출을 통해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등 미사일수출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북한은 그간 미사일협상에서 수출중단의 대가로 3년간 매년 10억달러씩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었다. 이는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힘겨운 실랑이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관계정상화 회담은 보다 고위급 차원에서 다루어질 전망이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미초청을 받아놓은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초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협상주역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양측은 이미 94년 제네바핵 합의에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해 놓은 상태이지만 북측이 미대표부의 평양설치를 반대할 경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대표부가 평양에 문을 열 경우 외교관을 가장한 정보요원이 활약할 것이라며 신포 등 평양 이외의 지역을 제시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외교관례에 어긋난다』며 반대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미협상 전례로 미루어 이같은 현안이 한꺼번에 일괄타결되기는 어렵다는게 중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은 영변 핵개발위협, 금창리 핵의혹시설, 미사일 등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를 내걸어 미국을 공략해왔다』며 『일괄타결은 곧 북한의 히든카드를 포기하는 것이어서 현안중 최소한 한가지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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