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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평화군 수용 파장] 정치소용돌이 암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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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평화군 수용 파장] 정치소용돌이 암운 시작

입력
1999.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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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국제평화유지군 수용 선언으로 동티모르에는 평화의 서광이 비쳤지만 인도네시아에는 정치소요의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당장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끝내 동티모르에 국제평화유지군 진주를 수용한 하비비 대통령의 자리보전이 위태롭게 됐다. 동티모르를 27번째 주로 기정사실화하던 인도네시아 민족주의 세력은 외국군대의 주둔을 1945년 독립이후 최대의 치욕으로 여기고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서서히 권력을 접수한 군부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집권 골카르당의 반기는 노골적이다. 아크바르 탄중 골카르당 의장은 동티모르 사태의 결과와 관련해 하비비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 후보 지명을 철회할 지 여부를 13일 중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지도부의 최종 결정은 다음달 18일 열릴 예정인 골카르당 당대회에서 공식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르토 하야이후 사실상 인도네시아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군부의 이반도 뚜렷하다. 군통수권을 장악하고 있는 위란토 총사령관겸 국방장관은 이미 하비비 대통령에 압력을 넣어 동티모르에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쿠데타설의 중심에 서 있었다. 12일 하비비 대통령이 긴급성명을 발표하는 뒷자리에 배석한 위란토는 시종 돌처럼 굳은채 못마땅하다는 인상을 감추지 않았다. 군부는 지난해 하비비가 유엔과 포르투갈에 영합해 동티모르에 독립찬반 투표를 허용한 사실 자체를 탐탁치 않게 여겨왔다. 군부를 향한 하비비의 낮은 목소리는 12일 성명에서도 드러난다. 영문성명에는 한마디 언급도 없던 인도네시아 군의 역할에 대해 현지어로 발표한 성명에는 국제평화군의 활동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아 군부의 반발을 무마했다.

그러나 하비비의 국제평화군 수용으로 위란토의 위신도 실추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위란토는 사실상 동티모르의 독립을 반대하는 활동에 헌신해 왔으며 투표이후 상황악화도 계엄으로 진압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하비비의 성명발표 하루전 딜리 시를 시찰한 위란토는 국제평화군의 주둔과 관련, 『마음을 열기로 했다』며 이미 군부내 통제할 수 없는 세력이 있음을 시인했다. 하비비가 마지막 순간 위란토를 비롯한 각료들의 동의하에 국제평화군의 진주를 결정한 사실도 위란토가 군통제권을 상실한 증거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즉 동티모르에 관한한 하비비와 위란토가 모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동티모르사태로 야기된 인도네시아 권력투쟁의 소용돌이는 11월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때까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야당까지 합세함으로써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민주투쟁당 당수는 하비비 성명을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위크 기고를 통해 『하비비가 권력이양 이전에 동티모르 투표를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집권당을 비난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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