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베를린에서 날아온 회담 타결 소식은 분명 낭보였다. 협상의 두 주역인 찰스 카트먼 미한반도평화회담 특사와 김계관(金桂寬)북한 외무성 부상이 타결직후 배포한 언론 발표문은 그동안 한반도에 짙게 드리워진 위기의 그늘을 일단 거두어 갔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강행이 몰고올 긴장감 대신 한반도문제의 순항을 점치는 낙관론이 자리 잡았다.하지만 낭보의 한켠에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수 없는 이유는 뭘까.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자리에 당사자인 우리가 비켜서 있었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소외감은 냉전논리의 산물쯤으로 여기면 아쉬운대로 위안은 삼을 수 있다. 우리의 대북포용정책이 「페리 프로세스」의 골간을 이룬다는 자신감도 있다.
불안감의 근인(根因)은 미국이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다시 한번 밀린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행간을 꼼꼼히 따져야 의미의 판독이 가능한 발표문은 『발사중단 선언은 절대 안된다』는 북한의 입장을 수용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북한으로부터 보다 확실한 보장을 받을 것을 요구했던 우리의 목소리는 「평화와 안전을 위한 긍정적인 환경조성을 위해 각각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모호한 문구속에 묻혀 버렸다.
핵위협으로 경수로를, 금창리 지하시설로 식량을, 미사일로 경제제재완화라는 과일을 따낸 북한이 다음 차례엔 더 큰 위협으로 또다른 대가를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미·일 3국은 이번 타결이 철저한 공조체제의 결실이라는데 자족해서는 안된다. 평화를 볼모로 한 북한의 흥정을 어디까지 참아내야 할 지에 대한 「한계」에 대해서도 차분히 점검해 볼 때가 됐다.
김승일 정치부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