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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애소설] 노골적 성묘사. 변태행각 낱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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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애소설] 노골적 성묘사. 변태행각 낱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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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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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극장가를 노골적인 성(性)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수놓는 가운데 이번에는 「하드코어 에로티시즘」을 내세운 소설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번역 소개된 「눈 이야기」(푸른숲 발행)와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문학수첩 발행).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펼쳐 보인 프랑스 작가 바타유와 「미라보의 다리」로 널리 알려진 시인 아폴리네르의 소설집이다.이 책들은 문학의 극한을 보여주는 듯하다. 갖은 종류의 노골적인 성묘사와 변태 행각이 가감없이 묘사되는가 하면 잔혹스런 장면이 거리낌없이 그려져 있다. 바타유의 소설은 발행 후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출판사쪽에 청소년에 대한 판매에 유의하라는 통보를 보낼 정도였고, 아폴리네르의 책은 「19세 미만 구독 불가」의 딱지를 붙여 나왔다.

바타유는 에로티시즘은 금기에서 태어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의 소설 「눈 이야기」에서는 종교의 굴레를 거부하는 잔혹한 몸짓을 엿볼 수 있다. 16세의 소년 주인공과 소녀 시몬, 또다른 소녀 마르셸이 벌이는 성행각은 마르셸과 고해 신부의 죽음를 거치면서 성(聖)스러운 것에 대한 지독한 불신과 모독으로 이어진다. 특히 숨진 신부의 눈을 가지고 벌이는 소설 마지막의 기괴한 행동 묘사를 통해 이성적 활동을 가능케했던 시각에 대한 단호한 거부, 이를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파괴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책 속의 다른 소설 「하늘의 푸른 빛」은 스페인과 독일을 유랑하며 밤샘 술판과 성에 탐닉해 자신을 소진시켜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 바타유는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의 봉기 등 스페인 내전의 전조(前兆)와 한 인간의 성편력을 교묘하게 결합시켰다.

바타유의 소설들이 철학과 상징의 냄새를 풍기고 있는데 비해 아폴리네르의 성애 소설에는 치기가 적지 않다. 1907년 그가 G.A라는 익명으로 비밀스럽게 낸 소설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은 모니 비베스퀴라는 루마니아 공작의 광란한 성행각을 그리고 있다. 성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추구를 빼고 나면 이렇다할 메시지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거나 퇴폐적인 성행위가 읽는 사람들을 불쾌하게까지 한다. 「어린 동쥬앙의 무용담」은 이제 막 성에 눈떠가는 10대 초반 아이의 성체험을 익살스럽지만 노골적으로 다룬 소설. 두 작품은 소설의 가치보다는 현대시에 초현실주의라는 새로운 장을 연 아폴리네르의 새로운 모습을 엿보게 하는데 의의가 있을 듯하다.

「소돔 120일」쓴 사드 전기도 출간

바타유, 아폴리네르의 소설에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작가 사드(1740∼1814)의 전기도 출간됐다. 사드는 이성을 학대해서 성적 쾌락을 느끼는 변태성욕을 일컫는 말인 「사디즘」을 낳은 인물. 그의 전기 「사드」(모리스 르베 지음·창 발행·3권)는 사디즘이라는 한 마디로 굳어진 그의 문학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수년간 루이 15세의 친위 장교였던 귀족 사드는 30세도 채 못된 젊은 시절 한 여성을 자신의 방에 가둬놓고 채찍으로 때리는 등 가학적인 성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문란한 성행태로 바스티유 감옥에 갇힌 그는 옥에서 성애소설과 희곡을 썼다. 대표작은 「소돔 120일」. 「쥐스틴」 「쥘리에트」 등의 성애소설 몇 편을 더 남긴 사드는 결국 정신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전기를 쓴 르베는 사드를 일상의 행복보다 광기의 삶을 선택한 작가로 봤다. 『내 흔적을 지상에 남기지 말라』 사드의 유언은 그 광기가 현실에 대한 처절한 반항이거나, 혹은 치열한 삶일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꺼질 촛불 같은 것임을 짐작케 한다. 바타유나 아폴리네르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일터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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