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3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역내 선진국과 개도국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서울포럼」을 오는 2000년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김대통령은 이날 「경제위기의 교훈과 향후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내년 한국에서 역내 국가간 불균형 해소, 경제위기 재발방지 방안 등을 논의할 서울포럼을 개최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역내 국가간 격차 완화 ▲국제금융체제의 개선과 각국의 거시경제정책 조율 ▲역내 국가간 투자 활성화 등 세 가지의 정책제안을 했다.
APEC 정상회의는 서울포럼의 한국 개최를 환영한다고 밝힌 각료회의의 성명을 추인하는 형식으로 김대통령의 서울포럼 제의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3월 서울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서울포럼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또 『투기성 단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국제적 감시체제를 갖춰야 하며, 예방적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면서 『투자박람회 개최 등을 통해 역내 국가간 투자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한국은 경제위기를 통해 위기의 원인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임을 인식, 개방화와 자율화로 조기에 위기를 극복했으며 그 과정에서 고통을 당한 중산층과 서민에게 성과를 배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회의를 통해 「경제위기의 교훈 및 향후 경제정책 과제」 등 3가지 의제에 대한 논의를 한 데 이어 김대통령의 제안을 포함한 APEC 정상선언문을 채택한 뒤 폐막됐다.
APEC 정상들은 특히 국제간 금융문제가 발생할 경우 채무국이 부담을 전담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채권금융기관도 일정한 책임을 분담하자는 「국제금융기준(IBS) 마련」을 선언문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APEC 재무장관들이 금융기준 마련을 위한 방안을 협의, 정상회의에 보고한다」는 절충적 내용을 추가했다.
정상선언문은 『회원국들의 경제상황 개선을 환영하며 개혁을 위한 동력을 계속 유지하고, 보호주의를 거부하며, 세계무역기구(WTO)내에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의 출범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APEC 각료회의 및 정상회의 논의 결과 한국은 내년에 서울포럼을 비롯해 제1차 APEC 관광장관회의(7월), APEC 청소년 기능캠프(9월)를 개최하게 됐으며, APEC 실무기구중 「지식기반산업작업반」 「투자전문가그룹」 「APEC 여성자문그룹」 등 3개 작업반의 의장직을 맡게 됐다. 한편 김대통령 제의로 올 6월 한국에서 첫 개최된 투자박람회가 2001년에는 중국에서 열린다.
김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 폐막후 시플리 뉴질랜드 총리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 뉴질랜드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으며 14일 수행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APEC 정상회의의 성과 등을 밝힐 예정이다.
오클랜드=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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