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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철칙은 없다' 상황에 맞는 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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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철칙은 없다' 상황에 맞는 샷을

입력
1999.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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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긍정과 부정의 논리로 철저한 무집착과 무소유의 공(空)사상을 설파하고 있는 금강경(金剛經)은 「강을 건넌 뒤에는 뗏목을 버려야 한다. 강을 건너서도 뗏목을 메고 다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가르치고 있다.선 수행자들은 특별한 문자관(文字觀)을 갖고 있다. 스승이나 경전을 통해 가르침을 받을 때는 언어와 문자가 필요하지만 완전한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고 나면 언어와 문자를 초월한다고 믿고 있다.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문자의 도움을 얻지만 깨달음의 세계 자체는 언어나 문자로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골프와 관련된 수많은 지침과 교훈들, 교과서적인 가르침들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버려야 할 때가 있다. 곧이 곧대로 배운대로만 한다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골프책에 쓰인 가르침이란 것이 필드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수에게 철칙이란 없다. 이럴 땐 이게 맞고 저럴 땐 저게 맞다. 이것만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은 금물이다.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골프 레슨서가 필요하고 개인지도도 받아야 하지만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골프문법(文法)」을 만들어야 한다.

바둑처럼 매번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골프야말로 상황변화에 따른 임기응변에 능해야 하는데 임기응변이란 철칙에 매달려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철칙은 기본은 되지만 전부는 아니다. 위기를 극복한 기막힌 샷은 그때의 위기상황에서만 필요한 것이다. 다른 홀에서 또다시 기막힌 샷을 생각하고 시도하다간 영락없이 실패하고 만다. 진흙탕길을 건너는데 장화가 필요하지만 마른 땅에서는 오히려 불편하다. 언젠가 다시 진흙탕길이 나타날 것을 겁내 계속 장화를 신고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장자(莊子)에서도 고기 잡는 틀과 토끼 잡는 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고기 잡는 틀은 고기를 잡기 위한 것, 고기를 잡았으면 틀은 잊어버려야 한다. 토끼 잡는 틀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 토끼를 잡았으면 틀은 잊어버려야 한다. 말은 의미를 위해 존재하는 것, 일단 의미를 파악했으면 잊어버려야 한다」

골프에서 모든 샷은 바로 그때 그 상황에서 필요했던 것, 상황이 달라지면 그때의 샷을 잊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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