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당찬 아줌마 50명이 9일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카페에 모여 사회의 진정한 살림꾼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을 구성했다. 이름하여 ‘아줌마 반란부대’.결성취지는 아줌마의 힘으로 사회부조리를 바로잡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 아줌마에 대한 일그러진 자화상을 바로잡고 아줌마라는 호칭에 자긍심을 갖게 하자는 목적도 있다. 자녀를 키우고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며 집안 구석구석을 챙기는 중요성은 무시한 채, 아줌마를 수다·무식·몰염치의 대명사로 여기고있는 사회의 비뚤어진 인식에 대항해 싸워나가겠다는 것이다.
반란군의 대장은 시민운동가인 김용숙(47)씨. 탤런트, 여승무원, 남대문시장 상인을 거쳐 참여연대 문화사업국장을 지낸 김씨는 최근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씨는 이책에서 「세상은 나 같이 평범한 아줌마들의 손에 의해 얼마든지 더 좋게 변할 수 있다」는 신아줌마론을 주창, 주부들로부터 각광받았다. 그는 『아줌마라면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김치 반찬 하나에 찬밥이나 먹는 부엌데기를 연상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에 맞서 진짜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대원들도 사회 각지에서 부조리에 맞서 싸워온 선수들. 연령층은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로 서울을 비롯해 인천, 성남, 일산 등 각지에 분포해있다. 모두 아줌마들의 힘을 모아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생각하는 주부들이다.
반란부대 거주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장소는 없다. 아줌마들 본연의 임무에 충실키 위해 각자의 집을 사무실로 사용한다. 대원들간 연락은 전자우편(e-mail)을 이용하며 게릴라식으로 필요에 따라 연락을 취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임무와 과제에 대한 평가를 할 뿐이다. 모임 장소로 이용하는 참여연대 카페의 차 값도 각자가 부담한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3단계로 잡았다. 우선 아줌마들 스스로 내공을 키우는 작업이 1단계로 실시된다. 매너 교육을 통해 무례와 주책으로 인식되는 일그러진 아줌마상을 바로 잡을 예정이다. 또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능력을 키우고, 컴퓨터교육과 주부 전자우편주소 갖기 운동을 통해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주부가 될 계획이다.
2단계는 민원서류 쓰기 운동. 사회 구석구석을 살피고 감시하면서 불편부당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민원서류를 접수하면 7일 이내에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활용, 사회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을 방침이다. 3단계는 봉사와 실천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홈스테이 사업을 벌여 민간외교의 첨병이 되겠다는 구상도 갖고있다. 또 공무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 외에 잘한 일을 칭찬하고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귀감이 될 공무원을 찾아 「공무원은 나라의 기둥」이라는 책도 펴낼 예정이다.
김씨는 『반란부대는 주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아줌마임을 자부할 수 있는 많은 주부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란부대는 발대식에서 행동강령을 담은 아줌마 헌장도 발표했다.
선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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