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장비 전문 벤처기업인 기산텔레콤(대표 박병기·朴丙季·40)은 국내 통신부품및 시스템 시장에서 「머리 좋은 게릴라」로 통한다. 그동안 국내 무선통신 부품시장을 독차지해온 외국업체들과 국내 대기업을 기술력 하나로 모두 따돌렸다.94년부터 외국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고부가가치 장비 제조에 뛰어든 기산은 미국 텔램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TI회선증배장치를 국산화, SK텔레콤에 공급했고 지난해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광중계시스템의 핵심장치인 파장분할다중장치(WDM) 국산화에 성공해 1,000만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주로 수입해오던 휴대폰의 잡음과 목소리 울림현상을 없애주는 장비 「에코우 켄슬러(echo canceller)」도 개발, 국내 납품을 시작하면서 기존 외국제품들이 국내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외국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싼데다 품질과 성능도 뛰어나기 때문.
기산텔레콤은 내친 김에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의 회오리를 해외시장으로 돌리고 있다. 박사장은 『2억달러 규모의 해외 이동통신 부품시장에서 이미 이스라엘 등 몇몇 나라와는 구체적인 계약협상이 진행중이며 올해 약 500만달러를 수출할 예정』이라며『시장의 30%를 점유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기산텔레콤은 최근 또다른 기록을 세웠다. 내달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기업공개 결과, 공모가격이 1만1,000원(액면가 500원)으로 지난달 공모를 실시한 인성정보의 최고가 공모기록(9000원)을 갱신했다.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할 경우 주당 11만원인 셈. 종업원 86명에 매출액 154억원으로 지난해만 20억원의 순이익을 낸 「고속성장」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자극하고 있다. 올해 경영목표는 매출 400억원에 당기순이익 80억원. 무선통신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기술경쟁력과 인력이 탄탄하고, 사업 포토롤리오도 다양해 이런 목표달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기술 하나만 믿고 서울 잠실동 석촌호수 인근 어두침침한 상가 사무실에서 휴대폰 부품을 분해하기 시작한 기산텔레콤은 창업 5년만에 한국벤처의 대표주자로 성장한 셈이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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