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담배의 불법유통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판촉사원과 보따리장수를 동원한 「무자료 거래」와 이에따른 세금포탈 등으로 담배 유통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IMF 경제한파로 지난해 대폭 감소세를 보였던 수입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포인트 올라가는 등 국내 담배시장이 급격히 잠식되는 것도 이같은 불법유통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불법유통의 대표적인 통로는 각 수입담배사의 판매영업소(중간도매상)가 유흥업소나 커피숍, 다방 등지에 직접 담배를 공급하는 방법. 당국 허가를 받은 소매상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업소 판촉직원이 직접 업소를 찾아다니며 담배를 공급하는 무자료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업소는 정상 공급가보다 10~12% 정도 할인된 가격과 도서상품권이나 라이터 등 판촉물로 업소를 유혹하고 있다. 과세자료도 없어 올해부터 담배에 부과된 10%의 부가세도 당연히 포탈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커피숍을 하는 김모(29·여)씨는 『정상가격보다 싸게 공급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업소들이 이런 방식으로 수입담배를 공급받고 있다』며 『불법인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게 종업원 최모(27·여)씨도 『담배가 필요하면 담배회사 영업사원에 연락하면 즉시 가져다준다』며 『한달에 한 두번씩 영업사원이 찾아와 판매점검도 하고 도서상품권 등 판촉물도 주고 간다』고 전했다.
수입담배 불법유통의 또다른 통로는 허가받지 않은 보따리장수들. 「담배아저씨」로 불리는 이들은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수입담배업체와 업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마진을 남겨 부당이득을 취하면서 부가세를 탈루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담배 중간도매업을 하고 있는 정모(34)씨는 『수입담배의 경우 이같은 불법유통을 통한 매출이 전체 매출 중 30% 정도를 차지한다』며 『수입담배 판매영업소와 회사들이 판로를 넓히기 위해 이같은 불법유통을 조장하거나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인삼공사 관계자도 『수입담배의 불법유통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증거포착이 힘들어 고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 모 수입담배회사 관계자는 『회사나 판매영업소가 직접 불법유통에 개입하는 경우는 없다』며 『영업사원 개인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불법유통을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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