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야가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을 맞고 있다. 자민당은 오는 21일 사실상의 차기 총리를 뽑는 총재 경선을 치른다. 또 제1야당인 민주당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얼굴을 정하는 대표 경선을 실시한다.자민당의 총재 후보들로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간사장,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정조회장 등 당내 각 파벌의 대표들이다. 현재 오부치 총리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어 그의 득표율만 관심거리가 될 정도의 싱거운 싸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오부치 이후」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가토 전간사장과 야마사키 전정조회장의 도전도 만만치않다. 승패의 결과에는 영향을 못미친다해도 적어도 정책면에서는 세 후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자자공(自自公)」정책, 즉 자민·자유·공명당의 연립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야마사키 전정조회장이 쟁점화하면서 불거진 개헌문제에 대한 세 후보의 뚜렷한 입장차이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야마사키 전정조회장은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과 이를 위한 개헌」을 주장,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오부치 총리도 당내 보수파를 겨냥, 『전쟁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 문제를 포함한 국회의 개헌논의를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가토 전간사장은 『국회 헌법조사회의 논의는 필요하지만 특정 조항의 개정을 전제로 해서는 안된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개헌문제는 민주당의 대표 경선에서도 쟁점이 돼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대리, 요코미치 다카히로(橫路孝弘) 총무회장 등 실력자가 총출동한 대표 경선에서 가장 먼저 개헌문제를 들고 나온 사람은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토야마 간사장 대리였다. 그는 『헌법 전문과 9조를 포함, 개정 노력을 해야한다』는 적극적인 개헌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법 문제의 쟁점화를 꺼려 온 간 대표는 『한 자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9조는 존중해야한다』는 자세다. 요코미치 총무회장은 『개헌의 필요성이 없다』고 전제, 『전문과 9조를 바꾸어서는 안된다』며 개헌론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여야의 이같은 논의가 곧바로 개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2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개헌을 발의할 수 있어 당분간 개헌은 불가능하다. 다만 금기시돼온 개헌, 특히 9조의 개정이 야당에서조차 공공연히 거론될 수 있는 엄청난 분위기의 변화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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