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당사를 보면 몇개 야당을 제외하곤 대부분 오너가 있는 정당이었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의 오너는 바로 그 시대의 정권이었다. 기업의 오너가 망하면 기업이 사라지듯 이 정당들도 정권과 함께 예외없이 사라졌다.■야당에서 오너체제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87년 DJ YS는 공동지분의 신한민주당을 무력화시켰다. 「고용사장」 이민우총재의 「변질」을 이유로 대신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다. 그해 12월엔 DJ가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위해 평화민주당으로 독립분가했다. JP도 비슷한 시기 신민주공화당을 만들었다. 그후 DJ는 국민회의를, JP는 자민련을 또 만들었다. YS는 지금도 정당 만들기에 미련이 있는지 민주산악회를 재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군사·독재정권을 제외한다면 정당의 오너체제는 오로지 3김씨 덕인 셈이다.
■한나라당도 출발은 오너체제였으나 대선패배 이후 당명은 물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도산하고 난 뒤 「종업원 지주제」로 다시 일어선 기업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오너가 없는 한나라당에서 이회창총재는 주식을 많이 보유한 기업의 대표이사 턱이고, 오너가 당을 떠나 있는 자민련의 박태준총재는 고용사장 또는 전문경영인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한사람이 「만들고 합치고 깨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정당에서 민주적으로 당이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도 눈감아 주었다. 그렇다면 지금도 그래야 하는가. 오너중심의 재벌경영체제가 IMF 화를 불렀듯이, 정당의 오너체제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오죽하면 패거리 정치라고 할까. 재벌이 바뀌듯 정당의 운영방식도 바꿔야 한다. 우선 당총재의 「호주머니 속 공기돌」로 치부되고 있는 공천제도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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