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가 안 팔린다.90년대초 대우 「티코」의 등장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 지난해 대우 「마티즈」돌풍과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여파로 내수시장의 27.5%까지 차지했던 경차판매가 올해는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중대형차 수요 증가와 자동차 업계의 고급차및 RV차종 중심의 마케팅전략이 겹치면서 「경차전성시대」는 「반짝 인기」로 끝날 처지에 놓여있다. 업계는 지난해 15만6,000여대가 팔린 경차가 올해 12만대수준을 넘지 못해 시장점유율이 15~16%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초 26.2%로 시작한 경차의 시장점유율은 5월 한달 기아차 「비스토」의 출시에 힘입어 20%선을 간신히 회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대우 마티즈의 경우 지난해 8월 한달동안 8,533대가 팔린 것에 비해 올해는 5,255대로 판매량이 38.4% 감소했다. 티코는 올 내수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83.6%나 격감했다. 현대 「아토스」도 올초부터 8월말까지 1만4,992대판매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6,748대보다 59.2%가 줄었다. 인도에서 생산·판매되는 현대 상트로가 출고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국내 상황은 대조적이다.
이처럼 경차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특별소비세·자동차세 인하로 인한 소형차와의 세금격차 축소, 경차만 누려온 1가구 2차량 중과세 면제 혜택의 확대 , LPG를 사용하는 다목적레저차량(RV:미니밴)의 인기 등 경차만의 혜택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 게다가 업체들마저 『경차 판매의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마케팅 타겟을 중대형으로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를 여러대 팔아야 중대형차 한대를 판 것과 같은 수익이 난다』며 『이익 내는 것이 급선무인 현 경영상황에서는 경차에 공을 들이느니 다른 중대형차 판매에 신경쓰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는 그러나 선진국의 경차 보급률이 30~40%에 이르는 반면 국내는 아직 7%대에 머물고 있고 최근 기름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경차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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