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난 아들을 둔 여성가장 이진희(30·서울)씨는 지난해 4년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IMF 실직이었다. 여성가장인 탓에 당장 재취업을 해야 했지만 일자리를 얻는게 쉽지 않았다. 구청에 가서 구직등록을 해보았으나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그나마 신청한 공공근로사업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다 어느날 생활정보지에서 「서울 인력은행」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다. 이씨는 노동부와 서울시가 함께 운영하는 이 기관을 통해 「구인·구직자 만남의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고 면접을 거쳐 현재 직장인 ㈜스카이후드에 입사했다. 공공정보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의 하나다.●공공정보란? 공공정보란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하거나 취득해 관리하고 있는 시책 내용, 각종 통계, 현황 자료 등 모든 형태의 정보를 말한다. 지난해말 현재 공공기관 숫자가 3만6,000여개인 점을 감안할 때 공공정보의 종류와 양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
예를 들어 IMF로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지역내 업체에 관한 현황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초정보를 입수한 뒤 몇몇 업체를 조사해보면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시장전략을 훌륭히 짤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업체현황뿐 아니라 농산물 가격동향, 조달정보, 직업훈련 정보, 구인·구직 정보 등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공정보는 무궁무진하다.
생활과 관련해서도 각 지역의 문화행사나 문화공간, 자녀 교육, 건강·보건, 도로및 교통에 대한 정보 등 매일매일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가 공공기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활용법 국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정보는 「널려있으면서도 숨어있기 때문에」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국민 개개인의 의지만 있으면 이같은 정보는 쉽게 찾아내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직접 공공기관을 방문하여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최근 정보마당으로 한 몫하고 있는 인터넷을 이용하면 공공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관심있는 분야의 공공정보를 전문적으로 가공·제공하는 전문정보제공기관를 알아두는 것도 유익하다.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산업입지정보센터 등이 대표적. 자신이 거주하는 곳의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웹 사이트를 방문, 북마크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기관별로 특색있게 운영하는 게시판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98년부터 시행중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정보를 청구할 수 있다. 국회, 법원,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부 투자기관, 각급 학교 등 공공성을 띠는 대다수 기관이 해당된다. 이들 기관의 공공정보가 필요하면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팩스 컴퓨터통신 등의 방법으로 「정보공개 청구서」를 제출하면 된다. 해당 기관은 접수한 날로부터 15일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보공개제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서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공정보는 정부나 기관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는 마인드를 확실히 갖고 「정보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자.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공공정보 잘꿰면 보배
97년말 충북 천안에 영업사원으로 발령받은 S정유 직원 H씨.
연고도 없는데다 맡은 일이 노하우가 전혀 없는 일반판매소(부판점) 개척이어서 막막했다.
부판점이 얼마나 있고, 주인은 누구며, 어느 곳에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부판점을 운영하려면 시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 착안한 H씨는 시청 지역경제과를 찾았지만 『사생활 침해등의 우려가 있어 자료를 제공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화가 났지만 차분히 방법을 생각한 끝에 「공공정보 공개에 대한 조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며칠 뒤 다시 시청을 방문한 H씨는 조례를 들이밀며 자료를 요청했다. 『조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발뺌하던 공무원들은 결국 부판점 등록현황 사본을 내주었다. H씨는 이 자료를 기초로 모든 거래처를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었고 판매량 확대에 큰 도움을 얻었다. 공공정보를 이용할 권리를 당차게 주장한 시민에게 주어진 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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