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그림 감상 입문서가 나왔다. 미술관 아트선재센터의 부관장이자 큐레이터인 김선정씨가 쓴 「어린이를 위한 세계 명화 이야기」 (삼성출판사. 8,500원)는 어린이에게 그림 보는 눈을 틔워주는 상냥한 안내서이다. 미술감상 입문서로 어른을 위한 책은 많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것은 드문 편이라 반갑다.책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약 600년간의 서양 명화 42점을 소개하고 있다. 큼직한 책을 펼치면 오른쪽에 그림, 왼쪽에 간단한 설명이 실려 있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 화가의 살아온 이야기, 당시의 역사적 사건,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 이해를 돕는 내용을 이야기하듯 쉽고 재미있게 썼다.
26쪽을 펴보자.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얘기다. 그림에 등장하는 거울 위 화가의 서명, 앞쪽 작은 강아지의 비밀 등 눈여겨 봐야 눈치챌 수 있는 숨은 상징을 알려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그림마다 화가가 왜 그렇게 그렸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들려주고 있다.
김씨는 아트선재센터의 어린이를 위한 예술체험 프로그램 「스토리텔링」을 진행하다 이 책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그림을 더 잘 느껴요. 어른이 못느끼는 것을 잘 잡아내죠. 예술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 하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지요』
그림을 좋아하는 어린이 얘기로 잘 알려진 동화 「플란더스의 개」가 있다. TV 만화로도 방영돼 낯익은 명작이다. 주인공 네로는 루벤스 같은 화가를 꿈꾸는 소년. 가난하지만 착하고 명랑한 네로는 추운 겨울 밤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얼어죽어 꼬마 독자들을 눈물 흘리게 만든다. 어린 소년의 가슴에 예술에 대한 사랑을 심어준 루벤스 그림의 힘은 무엇일까.
어린이는 누구나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창을 갖고있다. 그 창을 열어주는 일은 어른이 해줄 수 있다. 자주 만나게 해주는 것, 그게 지름길이다.
이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가서 직접 원화를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외국에 있는 그림들이라 그럴 수 없는 게 아쉽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로 또 다른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도 좋겠다. 큼직한 컬러 사진들을 보면서, 그림 속으로 상상의 날개를펴고 날아가는 아이들을 따라가는 것은 부모들에게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그 다음 일은 아이 손을 잡고 미술관을 찾는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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