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뉴질랜드 도착 당일인 11일 오후 한·중정상회담을 갖고 12일에는 한·미·일 3국 정상과 회담하는 등 숨가쁘게 짜여진 일정을 보냈다.한·미·일 정상회담
○…김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의 12일 오전 클린턴 대통령숙소인 오클랜드 스탠포드호텔에서 50분간 진행됐다. 회담은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미사일 문제 ▲동티모르사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공조문제 등 의제를 설명한 뒤 35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3국 정상회담은 삼각형으로 배치된 테이블에 정상들이 각각 앉아 회담을 진행했다. 각국 테이블은 정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외무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3명이 앉고, 뒷줄에 공식수행원 5~6명이 배석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3국 정상간의 견해차가 없는 가운데 진지하고도 화기있는 분위기속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비공개회담에 들어가기 전 3국정상은 15분 동안에 걸쳐 각국 보도진에게 회담에서 논의할 내용에 관해 개괄적인 입장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3국 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을 묻는 각국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대북정책에 한·미·일 3국이 공조해온 것이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 뒤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의 미사일발사를 저지하는데 어느 정도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오늘 회담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3국간의 굳건한 공조체제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부치총리는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 『클린턴대통령, 김대통령과의 토의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지난해 8월 경고없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또 다시 발사우려가 있는 만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억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부치수상이 먼저 회담장에 도착, 대기실로 들어섰으며 이어 김대통령이 도착하자 오부치총리는 김대통령의 손을 맞잡으며 각별한 우의를 표시했다. 김대통령은 또 클린턴대통령과는 이번에 동행하지 않은 부인 힐러리여사의 선거운동을 화제삼아 가벼운 담소를 나누었다.
한·중 정상회담
○…11일 오후에는 김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간에 회담이 열렸다. 회담은 이보다 먼저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이 늦어지는 바람에 당초보다 25분 늦게 시작됐으나 예정시간보다 10분이상 긴 30여분간 진행됐다.
예정시각에 쉐라톤 오클랜드호텔 1층 회담장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강(姜)주석의 도착이 늦어지자 2층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장주석과 반갑게 재회인사를 나눴다. 김대통령이 먼저 강주석에게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 더 젊어지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자 강주석은 『무슨 말씀을…. 대통령께서 더욱 건강해지신 것 같다』며 『우리는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한다는 점이 같은데, 일을 할 때는 낙관적으로 처리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김대통령은 『그래야 일도 잘 되고 건강해진다』고 화답한 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0주년을 축하한다. 연말에 마카오를 반환받으면 아시아에서 서구 식민지가 종식되는데 이는 중국이나 아시아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도착
○…김대통령은 11일 아침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도착, 제니 시플리 총리와 하디 보이스 총독 등의 영접을 받았다. 11시간30분간의 장시간 비행에도 불구, 밝은 표정으로 트랩을 내린 김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시플리 총리의 소개로 돈 매키논 외무 장관, 그래햄검찰 장관 등 환영인사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이어 김대통령은 공항 입국장앞 광장에서 뉴질랜드원주민들의 민속공연을 관람했다. 마오리족을 비롯한 6개 부족의 전통춤을 선보인 이 행사는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하는 한국 미국 중국 등 3국 정상들만을 위해 마련됐다. 특히 20여명의 마오리족 공연팀은 전투출정전에 추는 다이내믹한 하카춤을 공연해 가장 눈길을 끌었다.
김대통령 일행이 숙소인 칼튼호텔로 향하는 동안 연도에서는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환영의 뜻을 표했고, 상공에서는 경찰헬기가 선회, 국빈경호에 만전을 기했다.
○…김대통령은 숙소에 도착, 잠깐 휴식을 취한뒤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 등 수행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오후에 잇따라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연설 및 한·중 정상회담 준비를 최종 점검했다.
오클랜드=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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