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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 여자는 장수, 남자는 단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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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 여자는 장수, 남자는 단명… 왜?

입력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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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보다 오래 산다. 98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76.0세, 남성은 68.8세다. 100세 이상 고령인구 중 남성은 여성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이나 후진국, 민족의 차이와 관계없이 이런 경향은 비슷하다.선진국여성의 평균수명은 남성보다 7.8년이 길다. 러시아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무려 12.1년이나 오래 산다. 25세 여성이 30세 남성과 결혼할 경우 17.1년을 혼자 살아야 하는 셈이다. 여자는 왜 남자보다 오래 사는 것일까.

고신대 보건대학원 남은우교수는 최근 여자가 장수하는 이유를 생물학적, 사회학적, 영양학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한 「여자는 장수, 남자는 단명」(건생刊)이라는 책을 펴냈다. 남녀의 수명차를 결정짓는 요인을 알아본다.

남자는 근육질, 여자는 지방질

지방질은 근육질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다. 일상활동에 있어 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은 여자가 남자보다 10㎉ 가량 낮다. 여자는 남자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비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양초를 예로 들면 남자는 순식간에 확 타버리지만, 여자는 오랫동안 계속해서 탈 수 있다. 매몰사고나 설산(雪山)에서 조난과 같은 극한 상황을 만나도 여자는 에너지 낭비가 적어 남자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자는 추위와 더위에 모두 강하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은 장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자는 피하지방이 남자보다 두꺼워 체표면에서 열이 방출되는 것을 상당부분 억제할 수 있다. 성인 남녀를 냉장실에 들여보내 관찰한 결과 남자는 추위에 적응하느라 신진대사가 활발해졌지만 여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남자는 에너지 낭비형인 반면 여자는 에너지 절약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위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기온이 올라가도 체내에서 열의 발산을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성호르몬은 심장병의 위험을 낮춘다

남성호르몬은 수명을 단축하지만, 여성호르몬은 수명을 늘리는 작용을 한다. 이는 동물실험에서도 입증됐다. 수컷의 정소(精巢)를 거세하면 뇌졸중의 발병률이 낮아진다. 거세한 수컷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뇌졸중 발병률이 더 낮아지고 수명이 연장된다. 반면 암컷의 난소를 제거하면 뇌졸중 발병률이 높아진다. 난소를 제거한 암컷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 뇌졸중 발병률이 더 높아지고 수명은 단축된다.

이런 현상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미국의 한 정신박약자 수용시설을 조사한 결과 일반 남성의 평균수명이 55.7세인 반면, 거세된 남성은 69.3세로 수용시설의 여성들보다 더 오래 살았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혈압이 쉽게 오르지 않고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적은 것도 여성호르몬이 혈관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나 노폐물이 쌓이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여자는 직장에 대한 과잉충성이 적다

여자는 직장에서의 승진욕과 출세욕이 남자보다 약하다. 당연히 심리적인 갈등이나 불만에 노출되는 빈도도 적다. 반면 남자는 심신에 무리가 와도 이를 개의치 않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일에 집착하다 보니 부산하고 바쁘게 움직이는데도 피로에 대한 자각증상이나 호소는 적은 편이다. 남자가 과로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여자는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남자는 일이라는 하나의 가치관에 집중한다. 일의 성패 여부에 따라 희로애락하는 단순함이 있다. 반면 여자는 항상 두세 가지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간다. 낮에는 일에 매달려도 밤이면 아내와 어머니로 돌아간다. 남자보다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지만 매월 찾아오는 월경이라는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듯 대처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여자는 괴로우면 마음껏 운다. 남자는 괴로워도 참는 편이다. 남자의 스트레스는 이래저래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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