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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PEC 정상회의에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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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PEC 정상회의에의 기대

입력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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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이 13일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열린다. 21개국 정상들이 모여 아·태지역의 무역자유화·투자원활화·경제기술협력의 강화·금융질서의 안정화 등에 관한 심층토론을 벌인다.이번 회의는 여러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금년에 APEC은 창설된지 10주년을 맞는다. 따라서 과거 10년을 평가해 보고 지역경제협력기구로서의 공과를 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새 천년을 목전에 둔 금세기 마지막 아·태정상회의가 됨으로 향후 동기구가 21세기 세계무역질서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되는 가를 조망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구나 금년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게 될 세계무역기구(WTO)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어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3년도 제1차 정상회의의 선례에 비추어 볼 때 뉴라운드의 시작이라든지 분야별 조기자유화 등 세계 전체가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될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3일 오전회의의 첫번째 발언자로 초대되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의 교훈 및 향후 경제정책 과제」라는 주제의 오전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정상들이 한국이 그동안 겪은 경제위기의 내용과, 어떻게 그 위기를 단기간내에 극복할 수 있었는가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인내와 슬기를 강조하면서 그 과정에서 있었던 개혁의 고통과 그 당위성을 소상하게 설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하나 우리측에서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으로 「생산적 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이 있다. APEC은 다양한 국가들이 모여서 형성한 경제협력기구이므로, 범세계화·무한경쟁의 과정에서 확대된 선진·개도국간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APEC을 중심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될 것이다. 또한 개별 국가내에서도 개혁의 과정에서 나타난 빈부격차를 시혜의 방식이 아닌, 자생·자활의 방법으로 해소해 나가야 하며 그러한 정책을 APEC의 차원에서 발굴해 나갈 것을 제의할 것이다.

APEC은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협력체이다. 다른 지역협력체와 달리 이 기구는 무역자유화와 경제협력을 자발적으로, 그리고 비구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강제성이 없으므로 너무 느슨한 비효율적 기구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러나 회의를 거듭할수록 국가들간에 진지한 공생공존의 분위기가 짙어가고 있으며, 풀기 어렵던 양자간의 쟁점도 21개 정상이 모이는 대국적(大局的)분위기에서 평화롭게 해결되는 예가 많다. 이러한 특징을 감안할 때 이 기구가 한국에 주는 의미는 자못 크다. 대결보다는 대화를 모색하는 한국식 외교에 이 기구는 적격이다.

이번 정상회의와 병행해 이 지역 최고경영자(CEO)들도 모이는데 여기에 김대통령이 특별연사로 초대된 것도 한국의 저력을 보이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유장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한국APEC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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