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타운이 왜 경총 회관보다 더 높아야 하나』(재계)『기업이 엄살을 떨면서도 뒤로는 이익을 챙기지 않았느냐』(정부)
10일 서울신라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연사인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과 질문자로 나선 한 기업인이 「근로복지타운 건물높이」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얼핏보면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이 설전을 통해 현 노사문제를 보는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강 장관은 강연에서 『노동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개정된 만큼 기업은 노동자들의 평화적 시위를 보장해야 하고, 나아가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경영의 투명성과 공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경영자 선(先)자성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내 반론이 제기됐다. 한 기업인이 질문을 통해 『우리나라 노조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하고, 근로자 퇴직금도 누진제가 적용돼 세계 최고수준이다. 기업가들을 탓하기 전에 정부의 노동정책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지 않느냐』며 정부의 「친노(親勞)성향」을 문제삼고 나섰다. 그는 이어 『경총 회관이 8층이고, 재계 총본산인 전경련 회관도 20층인데 노총이 추진중인 근로복지타운을 20층으로 신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더욱이 정부가 이를 위해 300여억원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편향된 노선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강장관은 강한 어조로 『노조가 강성이 된데는 재계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강장관은 『임금교섭때마다 기업형편이 어렵다며 엄살을 떨면서도 뒤로는 모두 이익을 챙기지 않았느냐.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노사협의가 제대로 될리가 있느냐』며 『재계가 먼저 경영상태를 공개하는 모범을 보인 다음 노동자들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장관은 과거 정부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장관은 『사실 과거 노동관계 법령은 선진국 수준에 턱없이 못미쳤으며 이런 가운데 노동자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명분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노동현장에 화염병이 사라질 만큼 노동법이 정비돼 노동자들도 법을 지키는 노동운동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바탕 격론이 벌어진뒤 세미나장을 나오던 한 재계인사는 『정부와 재계의 양쪽 시각을 여과없이 보는 듯 했다』며 『노사정위원회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같다』며 한마디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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