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현대증권회장의 구속으로 5개월간 끌어온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몽헌 현대전자회장의 소환조사가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 정회장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수사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법논리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현대라는 골리앗 그룹과 재계, 증권투자자들이 한목소리로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검찰 수사에 반발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이회장 구속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현대측은 검찰 고위간부 출신 거물변호사들과 유력 로펌을 대거 동원, 검찰과 법리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경제논리보다는 법논리, 경제파장보다는 경제정의, 증시활성화에 기여한 이회장의 공로보다는 법적용의 형평성과 주식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무게를 두었다.
검찰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과 항명파동으로 촉발된 「신뢰 위기」가 지난날 법과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선 검찰」을 복무지침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회장 구속 결정은 검찰이 신뢰 회복을 다잡으려는 현상황에서 당연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내용면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璧)회장과 현대상선 박세용(朴世勇)회장 2명만을 고발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현대전자 주가조작은 이익치 현대증권회장이 기획, 지시했으며 현대증권 실무자들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실 8월중순까지만 해도 수사에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관련자들이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익치회장을 구속한 것만해도 검찰로선 기대 밖에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할 수 있다.
물론 검찰의 이같은 평가는 다분히 「몸통」인 정씨 일가를 봐준 것 아니냐는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데 막연한 추측만으로 처벌할 수 없지 않느냐』는 「원칙과 기본」을 강조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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