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8일 전남 여수 해안에서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에서 발견된 전화번호 수첩상의 전화번호부를 추적하던 국정원 수사관은 올 3월 쾌재를 불렀다. 수첩에 기재된 전화, 핸드폰 번호 12개와 주소지 2개등을 추적했지만 실재하지 않는 암호화한 번호에 불과해 난관에 봉착해 있던 상황이었다.그런데 기재된 전화번호에서 일률적으로 「2」를 빼자 착착 들어맞기 시작했다. 수첩에 기재된「08_42_0884_9717」은 가짜였으나 각 숫자에서 「2」를 뺀 「86_20_8662_7595」는 김영환의 중국 거주지 전화번호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때 드러난 숫자들로 김영환의 전화번호는 물론, 조유식의 거주지 및 회사, 심재춘의 집과 호출기 번호를 알아낸 국정원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민혁당 간첩단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다.
반잠수정에서 발견된 원진우 명의의 주민등록증과 호적 등·초본 등도 추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국정원은 실존인물인 원씨를 수사한 결과 주민등록 분실 사실도 없을뿐더러 연계혐의도 발견해낼 수 없었다.
국정원은 다시 원씨의 원·본적지와 주소지 관할 구청, 동사무소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펼쳐 지난해 11월 서울 화곡6동사무소에서 하영옥이 위조 도장으로 원씨의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한 사실을 밝혀냈다. 국정원은 『등·초본이 실존 인물인 원씨의 가족관계 등을 남파간첩이 숙지토록 하는데 이용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반잠수정에서 발견된 제과점 포장지와 쓰레기 봉투 등을 통해서 남파간첩 원진우의 행적을 밝혀내기도 했다.
관악구 신림동과 봉천동 일대에서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제과점 포장지와 쓰레기 봉투를 들고 국정원 수사관들은 이 지역의 은신 가능한 여인숙 고시원 원룸등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결국 국정원은 원진우가 지난해 11월,『IMF로 실직했는데 공부도 하고 머리도 식힐 겸 들어왔다』며 관악구 봉천6동 W고시원에 입실, 12월까지 은신했음을 밝혀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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