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4시40분, 정부중앙청사 16층 대회의실. 교원노조와 교육부가 처음으로 교섭테이블에 마주앉았다. 그러나 회의시작 5분만에 아연 긴장된 상황이 벌어졌다.김덕중(金德中)장관의 인사말이 끝나자 이부영(李富榮) 전교조위원장이 느닷없이 『지난 10년간 참교육실현을 위해 헌신하다 먼저 가신 분들을 위해 묵념합시다』고 제의했고 교원노조측 대표 12명 전원은 일동기립해 머리를 숙였다.
순간, 교육부 대표들은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간부들의 머리속에는 『아! 어렵겠구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교섭자리는 의외로 진지하고 생산적이었다.
노조측은 「예상」과 달리 하얀색과 검은색이 섞인 깔끔한 점퍼에 넥타이 차림으로 테이블에 앉았다. 두 여성 교섭위원은 개량한복을 입고 나왔다.
박박 민 머리에 「투쟁 투쟁」이라고 쓴 붉은 띠를 질끈 동여매고, 텁수룩한 수염에 빨간 등산용 조끼로 중무장하고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물론 교섭 자체는 지루했다. 2시간여 계속된 토의에서 1시간20분 정도를 노사교섭 실무소위원회 교육부측 대표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사소한」 문제 하나로 입씨름하는 데 보냈다. 노조측은 교육부차관으로, 교육부는 국장으로 하자는 주장을 한치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부분도 다음날 꼭두새벽까지 난상토론으로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흔히 보아온 장면에 비하면 아주 세련된 것이었다.
교육부측도 성의있고 진지하게 교섭에 임했다. 김장관은 전교조신문을 보여주며 웃음 띈 얼굴로 『나를 교육을 망친 「교육7적(賊)」의 하나로 규정하고 퇴진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만큼 선생님들 문제는 깊은 관심을 갖고 배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큼한 출발이었다. 「묵념 사태」도 「애교」 수준이었다. 교육부당국자와 선생님들이 끝까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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