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프리 재즈라 하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음악」 「아는 사람 끼리만의 음악」 정도로만 알기 십상이다. 「지독한 컬트」 또는 「잘난체 하는 음악」으로 내몰리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그러나 「프리 재즈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나아가 「프리 재즈도 즐거울 수 있네」…. 산들바람 같은 프리 재즈 가수가 온다. 일본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사가 유키코(佐賀幸子·38)가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청중에게 충격만 주기 십상인 프리 재즈 보컬이 아니라, 음의 무한한 가능성을 프리 재즈 어법으로 즐겁게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사람이죠』 협연할 타악주자 김대환(67)씨의 말이다.
『굉장히 음악적이예요』 귀가 찢어질 듯한 고음에서 때로는 귀곡성까지, 동양적 5음계 선법(旋法)에서 서구적 콜로라투라까지 능히 구사하는 사가를 김씨가 한마디로 압축한다. 「노래」는 없고, 「정신」이 앞서기 일쑤인 프리 재즈 보컬의 통념을 부순다는 것.
김씨와 사가의 첫 만남은 김씨가 환갑이던 92년 일본의 클럽서. 두 사람은 첫 만남서 서로를 알아 봤다. 『유키와는 음악으로 「대화」가 됐어요』, 김대환. 『드럼을 그렇게 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사가.
두 시간의 무대에, 곡당 평균 30여분. 순전히 즉흥에다 가사는 전혀 없어, 다채로운 구음(口音)의 한마당이다. 여기에 잔향(reverb), 메아리(delay), 효과 등 전자적 수단을 적극 동원, 새소리나 쥐소리까지 구사한다.
80년 데뷔한 이래, 그녀는 히노 테루마사(日野皓正), 다카세 아키 등 일본의 1급 재즈 뮤지션과 활발한 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자신의 음반사 「수아라 옴박(Suara Ombak)」이 거점. 작사 작곡 능력까지 갖춘 그녀는 무용 TV 이벤트 등 인접 장르의 음악 작업도 겸하고 있는 만능 뮤지션이다. 지금까지 「97년 유럽 실황」 등 모두 10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한편 이번 무대를 위해 소리꾼 장사익도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가사를 배제, 한국적 구음으로만 엮어나가는 「한국적 프리 재즈 보컬」이 어떤 모습으로 선보일 지도 관심사. 김씨와 협연해 온 해금 주자 강은일, 일본의 기타리스트 와다나베 가즈미(渡邊香津美) 등 모두 5명이 만드는 별난 무대다. 13일 오후 7시 판아트홀, 15일 오후 8시 올 댓 재즈, 16일 오후 9시 천년동안도 등지에서 평균 두시간 동안 펼쳐진다.
「사가 유키」란 예명으로 그녀는 더 잘 알려져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