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완패. 허정무감독이 경기직후 『기술, 체력, 전술적인 면에서 모두 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처럼 근래 보기 힘든 한국축구의 참패였다.또 허정무감독은 『심판들이 오프사이드를 제대로 잡아주지 않아 큰 경기의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흥분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여러차례 지적했다.
그러나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일본축구는 초등학교팀부터 성인 국가대표팀까지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의 참패는 단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라는 차이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까.
당초 일본은 나카타(22·페루자)를 비롯해 22명 전원이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었다. 물론 5일 부상으로 18세의 고교생인 아베 유우키라는 교복을 입은 선수가 합류하긴 했지만.
한국은 단 3명뿐. 그것도 이동국(포항)과 김도균(현대)만이 뛰었을 뿐이다. 일본은 짧은 합숙훈련을 하면서도 J리그의 경기를 모두 뛰게 했다. 곧 「실전이 바로 훈련」이라는 생각에서다. 20세 전후의 선수들이지만 그들의 상대는 10년차이를 넘나드는 선배들 아닌가. 또 그들은 짧은 합숙훈련중에도 소속팀의 경기는 모두 출전했다. 기량향상은 당연한 부산물이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자. 일본 프로축구보다 10년이나 빨리 태동한 K리그지만 해마다 신인드래프트땐 고졸출신은 손으로 꼽아야 할 정도다. 웬만큼 하는 선수들은 학사모를 위해 대학으로 향하기때문이다. 물론 한국 고유의 군대문제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추어 대회가 별로 없는데다 소속팀의 성적이 형편없을 경우 실전은 1년에 10경기 미만으로 그칠 때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장기간의 합숙훈련이 필요하고 수학공식같은 단순 암기식의 전술만 되풀이되고 있다.
또 한국축구의 살길이 볼 키핑력이 뛰어나고 시야가 넓은 게임메이커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본이 그랬다. 나카타나 나카무라에게 공이 가면 절대 뺏기지 않고 살아나온다는 신념이 있었고, 사실 그랬다.
경기가 호조를 보일 때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카리스마를 가지고 동료들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를 빨리 찾는 길만이 한국축구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길이다.
도쿄(일본)=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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