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2%대 추락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내민 「옐로 카드」다. 7%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올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가 「반석」의 토대가 아닌 「모래」위에 허술하게 세워진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왜 떨어졌나
90년대 상반기까지 7%대를 유지했던 잠재성장률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2%대로 낮아진 것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연쇄부도와 급격한 구조조정, 그리고 실업사태속에서 건설과 설비투자 등 고정투자는 물론 일할 사람(경제활동인구)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투자부진으로 생산능력이 위축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설비투자는 97년 11.3% 줄어든데 이어 98년에는 38.5%의 급락세를 보였다. 올들어 상반기중 설비투자는 24.8%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이는 작년의 극심한 부진에 따른 반사효과에 불과하다.
▦던져진 과제
잠재성장률은 한마디로 「교통신호등」이다. 잠재성장률은 낮은데 실질성장률이 높게 나타나면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신호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잠재성장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고성장을 이룩하겠다고 인위적이고 무리한 경기부양책을 쓸 경우 인플레만 초래하고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얘기다. 몸은 안 따르는데 마음만 앞섰다가 낭패를 당하는 「비아그라」식 부작용을 연상케한다.
잠재성장률에 맞게 경제성장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잠재성장률을 97년 실질성장률과 비교할 때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인 국내총생산(GDP)갭이 1·4분기 약 3%포인트 수준에서 약 2%포인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물가압력없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갈 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표다. 한국개발연구원 조동철(趙東徹) 연구위원은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사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만큼 경제운용에 조심을 기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이전처럼 공장을 더 짓고 기계만 더 돌린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는 특수기계류 도입과 벤처기업 육성 등 효율적인 투자로 이어져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력을 튼튼하고 넉넉하게 키울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뭐길래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 경제가 물가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이에 비해 실질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실제로 만들어낸 모든 생산물의 가치를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정책 목표는 최대한 자기 능력(잠재성장률)에 맞게 결과물(실질성장률)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넘쳐도 안되지만 모자라도 문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