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서의 첫밤을 지낸 권희로(權禧老·71)씨는 8일 오전 6시40분 숙소인 부산 해운대 조선비치호텔 객실 창을 통해 해운대 앞 바다에 솟아오른 조국의 태양을 눈부신 듯 바라봤다.권씨는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이날 방문하는 곳마다 고국에서의 새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오전 9시10분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 덕산빌딩 3층에 마련된 「복지법인 삼중원 설립추진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한 권씨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만큼 몸이 피곤했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일이라 참석했다』며 『이 사무실에서 어머니를 추모하며 양로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죄 청소년들을 수용, 기술을 가르치는 금정구 오륜동 오륜직업전문학교를 방문한 권씨는 강당에서 130여명의 원생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권씨는 『나도 어린시절 소년원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여러분을 보니 어릴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여러분이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은 살아계시든, 돌아가셨든 간에 어머니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생들은 사흘동안 만든 30㎝짜리 종이범선을 권씨에서 전하며 『올초 주신 후원금으로 검정고시 책을 사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자신의 수발을 들 자비사 신도모임 동심회(同心會) 회원, 한국생활을 돕기로한 활빈단원들과 통도사앞 식당에서 점심을 한 권씨는 오후 1시25분께 일본출신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경주 나자레원을 방문, 일본을 용서하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여러분이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일본과자를 가져왔다』고 강연을 시작한 권씨는 『여러분의 고향을 확인해 고향의 사진과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24명의 할머니 전원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통로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권씨는 2시45분께 불국사를 관광하고 경주에서 둘째밤을 보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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