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34차 당무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이때문에 7일 저녁 당직자들은 당무위원 59명에게 이 사실을 일일이 통보하느라 진땀을 뺐다. 매주 수요일마다 33차례에 걸쳐 열린 당무회의가 취소된 것은 극히 드문 경우. 이에 대해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특별한 현안도 없고 방미를 앞두고 할 일이 많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당안팎에서는 민주산악회와의 신경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박종웅(朴鍾雄)의원은 『당무회의에서 민산의 취지를 설명하고 당지도부의 오해도 지적하려고 했는데…』라면서 단단히 벼르고 있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당무회의가 열렸다면 박의원의 「소신발언」으로 당이 한차례 소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당무회의 취소는 민산 출범이후 격돌불사의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아온 이총재에게 나름대로 숨을 고르는 시간을 주게 된 셈이다. 더구나 1~2% 차이로 혼전을 겪고 있는 용인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터에 당의 분란상 노출을 막을 수 밖에 없는 속사정도 있다. 한 핵심당직자도 『선거도 있고 먼길(방미)을 떠나는데 (민산과)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 당에 무슨 득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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