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개혁의 대상이지만, 대기업은 협력의 파트너」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6-30대 그룹대표의 8일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기업정책」은 완성된 형체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재벌」과 「대기업」을 분리해 접근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김대통령과 5대 재벌 총수간에 이뤄졌던 「8·25 합의」가 현 재벌구조의 전면적 개편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면 이번 「9·8 합의」는 산업구조의 선진화와 경제안정 및 발전을 위해 대기업들이 앞장서줄 것을 격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5대 재벌만 지탄과 혁신의 대상이고, 6~30대 그룹은 모범적이란 것은 아니며 양쪽 모두가 「재벌」과 「대기업」의 모습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김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재벌의 악폐는 벗어버리고 대기업으로서의 장점을 살려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9·8 간담회에서 합의된 8개항의 주요내용을 보면 우선 5대 재벌의 개혁원칙이 6~30대 그룹도 예외없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8·25 합의문상의 7개 실천과제, 즉 대기업 구조개혁 5대원칙의 연내마무리와 황제경영차단을 위한 기업지배구조개선, 금융의 사금고화방지(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개선), 선단식 경영구조철폐(순환출자억제), 부당내부거래차단, 부의 대물림 억제(변칙상속·증여방지), 구조개혁실천을 위한 상호협력등은 비단 5대 재벌 뿐 아니라 30대 그룹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8개 합의사항의 나머지 부분은 산업구조의 선진화와 경제회복의 가속화를 위해 「대기업」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당부」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우선 국내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선진경영기법을 받아들이기 위해 대기업들이 외자유치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해 대기업들이 먼저 투자에 나서고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고부가가치의 지식기반경제 구축에 대기업들이 나서달라는 점등을 강조했다.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대기업들이 건전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고, 근로자 복지증진을 통한 「신노사문화」정착에도 대기업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 대통령이 이와 관련, 『경기와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됨에 따라 일부에 너무 안심하고 해이해진 분위기가 있지만 우리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게 아니므로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개혁할 것은 개혁하되 경제발전을 위해 해야할 일은 해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의 기업정책은 개혁의 「채찍」과 격려의 「당근」이 병행되는 모습을 띨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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