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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기행] (2) 도교의 발상지 타이산<泰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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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기행] (2) 도교의 발상지 타이산<泰山>

입력
1999.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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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악(五岳) 가운데 동악(東岳)으로 불리는 태산은 해발 1,532m의 큰 산으로, 지난(濟南)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화북(華北)평원에 있다. 막막한 들판에 홀연히 시야를 가로막으며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타이산은 중국인들에게 경외의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남도의 너른 들판에 아름답고 우람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월출산이 그러하다. 월출산이 남도사람들의 가슴에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타이산은 도교의 성산(聖山)으로 중국인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져 있다.노자(老子)로부터 발원한 도교는 사회지배층의 이데올로기였던 유교와 달리 중국민중들 속으로 광범위하게 파고들었다. 사회질서의 구축에 관심을 쏟은 유교사상에는 상상의 공간이 결핍되어 있었다. 유교가 도외시했던 이 정신의 영역을 끌어안은 것이 도교였다.

언제 태어났고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노자에 관한 신화적 이야기부터가 상상의 산물이었다. 노자 어머니의 임신기간이 수십년이었기 때문에 노자가 그녀의 자궁에서 나왔을 때는 흰 수염을 달고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현실의 공간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까닭에 상상의 형태를 오히려 딱딱하게 고정시켜버린다. 그러나 주나라 왕실의 수장실리(守藏室吏:도서관리인)였던 노자가 은거를 결심하고 중앙아시아를 향해 서쪽으로 떠났는데, 어떤 성의 문지기가 가르침을 요청하자 5,000자로 이루어진 책(도덕경)을 남기고 서녘들판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는 상상의 공간을 아름답게 확장시킨다.

타이산 남쪽 기슭에 있는 타이안(泰安) 시내에는 타이산의 신을 모시는 대묘(岱廟)가 있다. 북경 자금성의 태화전, 곡부의 대성전과 함께 중국의 3대건물중의 하나로 꼽히는 대묘는 기록에 의하면 등극한 역대 제왕들이 대묘에 참배한 후 타이산에 올라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제왕들이 도교의 신을 참배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백성의 지지를 얻기 위한 통치기술의 일환으로 해석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또한 유교와 도교가 적대관계에 있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실례(實例)로 간주해도 되지 않을까.

유교는 인간이 아닌 자연을 이상화하는 도교의 신비주의를 탐탁치 않게 여겼고, 도교는 인간 너머의 긍극적 실재에 대한 질문조차 제기하지 않았을 정도로 실제지향적이었던 유교의 가치관을 경멸했다. 그러니까 전자는 가치의 척도를 인간에게서 구했고, 후자는 자연으로부터 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교와 도교는 똑같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요시했고, 피안이 아닌 현세의 삶에 긍극적 관심을 두었다.

타이산 아랫마을에서 도보로 두시간 거리인 중천문까지 차가 다닌다. 중천문에서부터는 노폭 5m의 돌계단 6,293개가 하늘을 오르는 사다리처럼 정상까지 이어져있다. 등산의 참맛은 흙길에서 우러나온다. 흙이 자연의 피부라면 돌계단은 인공의 피부다. 그러니 타이산은 등산인이 아닌 관광객을 위한 산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상의 광경이었다. 하늘로 들어가는 문인 남천문(南天門)을 지나 하늘의 거리인 천가(天街)로 들어서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서양식 호텔들도 보였다. 중국인의 실제지향성이 여지없이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그러니까 도교의 성산을 유교의 방식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태산이었다. 그나마 공자 사당과 큰 규모의 도교사원이 정상 한 귀퉁이에 고색창연하게 자리잡고 있어 먼 곳에서 온 여행객을 위안시켰다.

돌계단으로 내려오면서 나는 태산의 속살을 찬찬히 살폈다. 그런데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매기려해도 우리나라의 명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거칠기만 할뿐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늙고 지친 산」으로 비유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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