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재탄생에 앞선 통과의례성 산고(産苦)인가, 아니면 총체적인 혼돈인가」 요즘 국민회의의 상황은 이런 의문을 절로 갖게 한다.첫번째 예가 현직 대통령인 김대중(金大中)총재의 2선 후퇴 논란이다. 이는 『군대식 일방통행 문화에 찌들어 있던 역대 여당과 달리 국민회의는 상당히 민주화했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통령 임기가 3년 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권력의 조기 누수로 비칠 소지도 분명히 있다. 『대통령이 공천권을 갖고 있는 지금도 이처럼 온갖 험한 소리들이 나오는데 공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내년 총선이후 지도부의 통제력이 제대로 미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가능하다.
일부에선 『내년 공천후 무더기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사태를 예고하는 징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모처럼 「용기」를 발휘한 의원들 중 상당수가 대부분 신당 창당으로 재공천 등의 기득권을 위협받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총재를 향해 과감한 발언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과는 반대로 다른 한편에선 총재에 대해 직언을 기피하는 풍조도 여전히 강하다. 핵심부의 신당 창당, 중선거구제 추진을 사석에서는 거침없이 비판했던 대다수 의원들이 6일 의원연수에선 함구했던 게 대표적인 예.
특히 DJ와 정치를 같이 한 기간이 길 수록, 호남에 지역구가 있거나 유권자 분포에서 호남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구출신 의원들일 수록 총재를 향해 대놓고 말하는 걸 피하고 있다.
당과 청와대 사이에도 난기류가 형성될 조짐이다. 『일부 측근 참모들의 잘못된 판단, 보고 때문에 총재가 무리하게 신당 창당과 중선거구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게 상당수 의원들의 불만이다.
물론 『대통령이 무서우니까 애꿎은 참모들에게 화살을 돌린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특정 인사의 퇴진을 염두에 둔 「청와대 비서실 10월 또는 11월 개편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을 정도로 상황은 간단치 않다.
동교동계와 비(非)동교동계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과 견제도 여전하다. 6일 의원연수에서 이협(李協)의원은 『국민은 누가 실세냐 가신이냐를 가지고 공천 전망을 보는 게 사실이다. 당내 민주화를 통해 누가 실세냐 가신이냐의 논의가 사라질 때 신당다운 신당이 될 수 있다』고 일갈, 「적자(嫡子)·서자(庶子) 그룹」간의 갈등이 얼마나 뿌리깊은 지를 잘 보여줬다.
이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김대통령이 발전적으로 수렴, 정리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큰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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