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曺琦鉉) 전 청우종합건설회장이 92년 대선때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35억원은 과연 어떤 돈일까.당시 민자당 중앙상무위원과 중앙당 후원회 운영위원으로서 민주산악회 등에 정례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온 조전회장이 집권 여당 후보였던 김 전대통령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가지않는 대목이다.
특히 조전회장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시절 상무대 도로포장공사를 수주하는 대가로 동화사 통일약사 대불공사 시주금으로 80억원을 제공한 적이 있고 92년 5월에도 청와대에서 노전대통령을 만날 만큼 정치권과 깊은 유착관계를 맺어온 점으로 미뤄 이 돈이 정치자금 또는 대선자금일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김전대통령이 『대선이 끝나면 더 큰 회사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조전회장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 돈은「특혜」를 대가로 한 정치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분석은 94년 불거진 상무대 이전공사 비리 사건에서도 연유한다.
「상무대 공사」는 90년 광주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상무대를 전남 장성군으로 이전하기 위해 국방부가 발주한 사업으로, 88년부터 부지매입을 시작해 95년까지 이전 완료를 목표로 5,651억원을 투입한 최대 규모의 군사시설 공사였다. 당시 도급액 600여억원으로 도급순위 100위에 불과했던 청우종합건설의 조전회장은 이 공사중 1,600억원 규모의 도로포장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전 육군중앙경리단 계약처장 등 군관계자 2명에게 6,700만원의 뇌물을 주고 이후 공사선급금 658억원중 189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94년 2월 구속됐다.
당시 검찰이 밝힌 조전회장의 횡령액 189억원의 사용처는 동화사 통일약사 대불공사 시주금 80억원 순회법회 지원금 45억원 개인 빌라구입 20억 원 가수금 변제 44억원 등이었다. 그런데 조전회장은 92년 대선때 김전대통령에게 건네준 35억원중 30억원이 「회사 가수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조전회장이 당시 회사 가수금으로 비자금을 조성, 김전대통령에게 건넸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이밖에도 92년 대선때 30억원을 불교계 선거지원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조전회장의 주장은 『전국불교신도회 회장인 조회장이 불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서의현(徐義玄) 조계종총무원장을 통해 불교계의 반(反)YS정서를 무마하기 위해 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당시 세간의 의혹과 일치한다는 점도 자금의 성격에 의혹을 더해주는 정황증거중 하나이다.
그러나 조전회장측은 『92년 대선때는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웠고 김전대통령 집권중에도 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일반채권의 소멸시효(10년)가 거의 완성되는데다 건강악화로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것 같아 가압류를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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