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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밴서 숙식하며 美전역 방랑생활 '인간승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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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밴서 숙식하며 美전역 방랑생활 '인간승리 드라마'

입력
1999.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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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목말랐던 첫승. 「아메리칸 드림」의 첫장을 여는 순간이었지만 김미현은 끝내 눈물을 비치지 않았다. 울먹이는 듯한 표정만이 잠시 스쳐지나 갔을 뿐이다. 그간의 온갖 역경은 감격의 순간에도 자제력을 발휘하게 하는 철저한 프로로 변신시킨 것이다.김미현의 정상정복은 그 어떤 우승보다도 값진 「인간승리의 드라마」다. 프로골퍼의 체격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153㎝의 최단신, 대회출전 상금을 다음 대회 출전경비로 써야하는 경제적 궁핍,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지친 몸을 중고밴에 싣고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드넓은 미국땅을 떠돌아다녀야 했던 방랑자생활….

98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상금왕 김미현이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것은 LPGA투어 최종테스트를 통과한 지 약 1개월 뒤인 지난해 11월말. 김미현의 부친 김정길(53)씨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투어생활의 이동수단으로 2만3,000달러짜리의 중고밴을 마련했다. 스폰서도 없이 그동안 국내에서 모아둔 상금과 얼마 안되는 종자돈으로는 다른 선수들처럼 비행기편으로 대회장소를 옮겨다니고 특급호텔에 머물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헬스사우스이너규럴대회로 데뷔전을 치르면서 본격 투어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회장 이동, 숙식 해결 등 기본적인 것부터가 김미현에게는 고난이었다. 나아가 낯선 곳, 낯선 선수들과의 만남도 피할 수 없는 큰 부담이었다.

3번째 출전한 밸리오브스타스를 시작으로 2월에 3연속 컷오프 탈락, 게다가 신경성 위장염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었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서의 절망은 오히려 오기를 발동시켰다. 심신을 추스렸고 출전한 4월 칙필A채리티선수권대회. 공동 9위로 생애 첫「톱10」을 달성했다. 자신감을 생겨났다.

고진감래. 자그마한 체격 하나로 거센 역경과 맞서 싸우던 김미현에게 중요한 행운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7월 한별텔레콤과의 스폰서계약. 항상 마음을 짓눌러왔던 경제적인 문제를 일거에 털어버리고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김미현은 스폰서 계약후 첫 출전한 JAL빅애플에서 1라운드 4언더파의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도 바이러스성 독감때문에 중도포기해 아쉬웠지만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뒤모리에클래식에서 공동 6위를 차지, 본격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진 웹콤챌린지에서 공동 18위로 주춤하는 듯 했던 김미현은 퍼스타클래식 공동 4위, 올스모빌클래식 단독 10위에 이어 3주연속, 통산 8번째 「톱10」을 꿈에도 그리던 LPGA투어 우승으로 장식하며 아픈 기억들을 깨끗이 씻어냈다.

/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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