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윤석화, 송영창이 만났다. 극단 산울림이 「가시밭의 한송이」로 풍성한 가을을 예고한다. 중후하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연출, 원숙한 연기력이 조화된 모처럼의 잘 익은 무대다.과거를 찾아가는 신문사 편집기자의 이야기다. 악몽의 80년 4월 3일 편집기자 김요섭은 사회면 머릿기사에다 「비가 내린다 삼라만상에」라는 제목을 달았다. 매일 계엄사 보도처에 가서 물이 뚝뚝 흐르는 대장(인쇄 전의 신문) 을 검열받아야 했던 그 시절, 그는 계엄사가 들이닥치기 전 먼저 몸을 피한다.
언제 붙잡힐 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 요섭은 옛 애인 윤을 찾는다. 죄어오는 수배령 속에서 만난 둘은 광화문 뒷골목 후미진 여관에서 만난다. 그러나 요섭을 끈질기게 추적하던 수사관에게 둘은 잡혀간다. 요섭은 사흘만에 풀려나지만, 윤은 행방을 알 수 없다.
원작자 이윤택씨는 『지난 시절을 파묻고 살아 온 건망증의 90년대 우리는 과연 어떤 희망을 발견했는지 묻고 싶다』며 21세기를 위한 씻김굿이라 말한다. 외부적 폭력으로 어긋난 운명의 두 남녀를 통해 성급한 화해와 평화에 기대하기 보다는 우리가 건너 온 어두운 터널을 반추하자는 것.
7월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연일 매진을 기록하다시피 했던 윤석화는 『상상력과 재기 넘치는 이윤택씨와 작업해 보고 싶었던 오랜 꿈이 비로소 풀리게 됐다』며 자못 흥분된 모습. 요섭역의 송영창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이미 부부 역으로 호흡을 맞춘 터』라며 앙상블에 기대해 달라는 당부. 요섭의 18년전 분신, 나레이터, 노래와 피아노 연주 등을 겸하는 류정한은 『윤선배와는 「마스터클라스」, 송선배와는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함께 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10월 10일까지 산울림소극장. 화·목 오후 7시 30분, 금·토 오후 4시 7시 30분, 수 오후 3시 7시 30분, 일 오후 3시. 월 공연 없음. (02)334_5915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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