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열리는 베를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미국대표들이 북한측으로부터 끌어내려는 일차적 목표는 미사일 발사중단 선언이다.미행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공화당 주도의 의회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하와이까지를 사정거리로 하는 대포동 2호의 발사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미사일 발사중단의 반대급부로 북·미 관계개선, 대북경제 제재해제 등 「당근」이 주어질 것임을 수차례 공언해왔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를위한 구체적 조치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만을 살피면 회담의 주도권은 북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발사여부의 결정은 북한이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현실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미국이 제시한 당근을 박찼을 때 입게 될 경제적·외교적 손실을 북한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 응한 것 자체가 치밀한 손익계산의 결과라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북한의 열악한 경제사정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는 충분히 성숙됐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양측이 어느 선에서 타협을 이룰 수 있느냐 이다. 미국은 이번 회담의 근본적 목적이 윌리엄 페리대북정책조정관이 지난 5월 방북때 제안한 포괄적 구상안을 실현하는데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훗날 이번 회담을 되돌아보면 페리구상안의 실현과정중 서막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발사중단의 대가는 페리구상안의 여러 혜택중 초보적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연락사무소 개설 및 대표부성격부여, 미국내 북한자산 동결해제, 금융거래 제한 해제 등 조치가 상정할 수 있는 적정선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이 정도의 선에서 물러설 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미사일발사중단에 대한 대가가 94년 제네바핵합의때 약속한 수준의 재탕』이라고 버틸 경우 회담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여기에다가 북한이 회담을 앞두고 돌연 북방한계선(NLL)의 무효를 주장한 것도 회담 성사를 흐리게 하는 변수다. 대외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상투적 수법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지만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들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협상을 깨는 수단으로 작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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