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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권희로씨와 민족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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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권희로씨와 민족의식

입력
199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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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金)의 전쟁」의 권희로(權禧老)씨가 7일 뒤늦게 되찾은 조국으로 간다. 교도소문을 나서는 아들의 모습을 기다리다 지쳐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골을 가슴에 안고.그의 일생은 재일동포사의 한 단면이다. 부두노동자이던 아버지는 일찌기 작업중 사고로 세상을 떴다. 홀어머니의 정성어린 보살핌이 있었지만 가난과 차별은 그를 어두운 뒷골목으로 이끌었다. 시미즈(淸水)시에서 오랜 마찰을 빚었던 폭력단 간부 2명을 사살하고 스마타교(寸又峽) 온천여관으로 달려가 인질극을 벌이기 이전 그는 절반 이상의 삶을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보냈다.

온천여관에서 그가 벌인 4박5일간의 인질극과 기자회견은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전후 일본사회의 대표적 치부인 재일동포 차별을 처음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김의 전쟁」은 의미를 띠었다. 그의 전쟁이 오랫동안 일본인들의 뇌리에 남은 것도 극한적인 폭력성은 물론 돌발적인 사건을 낳게 마련이었던 일본 사회의 음습한 분위기를 백일하에 폭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삶이 결코 재일동포사의 전형은 아니다. 대다수의 동포들은 가난과 차별을 정면으로 뚫고 일어섰다. 그 불가해한 생명력과 의지를 일본인들은 경원했고 고국의 동포들은 갈채로 반겼다.

따라서 그는 역사의 피해자일 수는 있어도 영웅일 수는 없다. 상처받고 이제는 70의 노구를 이끌고 돌아오는 그에게 쏟아질 고국 동포들의 따스한 눈길은 아름답다. 그것이 도가 지나쳐 환영과 갈채로 흘러서는 안된다.

흉악범 신창원이 권력과 부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 때문에 한때 영웅시됐던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상처받은 권씨를 영웅시하는 눈길 또한 민족의식 과잉이 부른 도착일 수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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