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산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기류는 여전히 두 종류다. 『더 움트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강경론이 표면적으로는 더 넓지만 밀도는 『곪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유화론이 더 높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머리속도 아직 채 정리가 안된 듯 하다.이총재는 6일 오전에 열린 총재단·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산은 한나라당에 도움이 안되는 조직』이라고 말한 뒤 『대책을 내게 맡겨달라』고 당부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민산이 반DJP 투쟁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당내에 「3김정치 청산및 장기집권저지위원회」가 있다』고 말했고, 일부 강경론자는 김명윤(金命潤)고문의 고문직 박탈 등 즉각적인 강수도 건의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민산 출범은 적전분열이며, 당명을 어긴 행위에는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가세한 뒤 『이총재가 대책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총재는 이날 오후 민산에 대한 더 이상의 진전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직박탈-공천배제-출당 등으로 이어지는 제재 수순을 밟기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민산측에서 『신당은 안한다』 『한나라당과 힘을 합쳐 DJP와 싸운다』며 선을 그은 마당에 때이른 조치는 적전분열의 책임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결국 이날 발표된 강경 대응 방침은 울타리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관계, 지역정서 등의 이유로 마음을 굳힌 의원들은 어쩔수 없더라도 현재까지 저울질중인 의원들은 주저앉히겠다는 게 속뜻인 것 같다.
유화론자이든 강경론자이든 이총재측은 『산에 오를때는 반(反)DJP투쟁 기구일테지만 민산의 꼭대기에는 신당이 있다』고 믿고 있다. 양측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맞부딪칠 때가 아니라는 사실 뿐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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