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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읽기] MBC「장미와 콩나물」과 「마지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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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읽기] MBC「장미와 콩나물」과 「마지막 전쟁」

입력
199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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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허전하다. 끝이 끝같지 않다. 확실한 해피엔딩이나 비극적 종말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시청률 1, 2위를 다투며 높은 인기를 끌었던 MBC의 두 드라마. 한 편은 산뜻하게 대미를 장식했고 다른 한 편도 그렇게 끝날 것을 예고한다.마지막 장면, 그 의미

여주인공은 아기를 출산하고 기쁨도 잠시, 다시 가족끼리 지지고 부대끼는 일상은 지속된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5일 끝난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 첫아이를 순산한 둘째 며느리 최진실을 축하하는 잔치가 끝나고 친정 엄마가 애 안은 모습이 불안하다며 아기를 뺏으려는 시어머니 김혜자. 이를 못마땅해하는 최진실의 신경전이 6개월간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10%대로 시작해 「장미와 콩나물」에 버금가는 40% 정도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7일 종영하는 MBC 월·화 드라마 「마지막 전쟁」. 이혼 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재결합한 강남길과 심혜진이 병원에서 출산한 아이를 보며 기뻐하다 이내 자기 코를 닮았다며 싸우면서 막을 내린다.

두 인기 드라마는 흔히 구사하는 비극적인, 아니면 해피엔드식의 결말이 아니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주인공들의 삶과 일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세련된 종결이다.

삶의 진정성을 보여준 드라마

최근 트렌디 드라마와 시트콤이 안방을 점령하면서 나타난 화면속 세상은 허황되거나 일상과 유리된 가상 현실 그 자체였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우리 집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웃일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을 브라운관 속으로 끌어들였다. 부끄러운 속물스러움과 치부까지 드러내준 그 일상은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다. 네 며느리와 시어머니간의 신경전을 그린 「장미와 콩나물」과 30대 부부의 흔히 있을 법한 가정사를 담은 「마지막 전쟁」을 보며 시청자들은 『아! 맞아』 라고 공감하며 드라마에 빠질 수 있었다. 삶의 진정성은 호화찬란하거나 가식의 세계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속물스러운 일상속에서 배어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닐까. 이 점은 「튀어야 뜬다」 는 드라마 제작자들의 강박관념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대사의 묘미

서민들의 자화상을 그려 낸 감칠 맛 나는 대사는 두 드라마 인기의 큰 요인이었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한 「장미와 콩나물」의 시어머니 김혜자의 『무식해서 좋은 점이 뭔 줄 아니. 그 핑계로 하고 싶은 말 맘 놓고 하는 거다』라는 말에 『이제 어머니가 하는 행동만 봐도 무슨 맘 먹었는 줄 알아요』맞받아치는 둘째 며느리 최진실. 두 사람의 대사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철없기도 해 웃음을 자아낸다. 한참 돈문제로 싸우다 남편 강남길이 『나도 다른 남편처럼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고 좋은 옷도 사주고 싶었어』라는 「마지막 전쟁」의 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절묘한 구성과 반전

웃음과 눈물의 절묘한 교차,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반전, 흐름의 일관성을 견지한 극적 집중도, 그리고 기막힌 상황설정은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완성도 높은 드라마 기법이다. 「장미와 콩나물」 에서 항상 기죽어 살던 김혜자가 남편 김성겸을 닭장 속으로 몰아 넣어 극적 반전을 꾀한 마지막회 장면이나, 부부싸움하다 아내가 남편의 팬티를 잡아 당겨 엉덩이가 드러난 장면등 은 시청자의 머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자연스런 연기

무엇보다 주연과 조연의 뛰어난 연기력이 두 드라마의 인기에 한 몫 했다. 연기력 없이 외모만 가지고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탤런트들이 배워야 할 대목. 「장미와 콩나물」에서 김혜자는 배우지 못한 우리들의 어머니 역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소화해 냈고, 신세대 둘째 며느리 최진실은 당차고 현실적인 신세대 주부 연기를 잘 해냈다. 김성겸, 김영란, 박원숙 등 조연들의 연기도 주연 못지않게 뛰어났다. 또한 「마지막 전쟁」의 강남길, 심혜진의 찰떡궁합같은 연기의 조화가 임현식, 나문희, 이순재 등 장년층 탤런트들의 뒷받침으로 빛을 발했다.

흠이 있다면

코믹함을 강조하다 보니 때때로 부부관계나 가족관계가 왜곡돼 나타났다. 종종 드러난 가부장적 가정 폭력, 못된 사람이 착한 사람으로 갑작스렀게 변하는 비약 등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웃음 속에서 삶의 건강성을 맛볼 수 있는 두 편의 드라마를 만난 것은 모처럼 만의 즐거움이었다 해도 좋을 것 같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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