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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21) 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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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21) 역사란 무엇인가

입력
199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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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출판된 것은 61년이다. 당시 역사학은 불신과 회의에 빠져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의 독립, 러시아와 중국의 혁명을 겪은 뒤, 유럽은 자신들이 세계사의 주도권을 잃었다고 느끼게 됐다. 진보에 대한 신념은 흔들리게 됐다.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라는 명언으로 그러한 회의를 잘라낸다. 역사가는 과거에 비춰 현재를 보고 현재에 비춰 미래를 내다보며 따라서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역사가의 해석은 자신의 현재 입장과 가치관의 반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랑케로 대표되는 19세기 실증사학에 반대하는 것이다. 『역사가의 과제는 단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랑케의 주장에 대해, 카는 『사실은 스스로 말하는 게 아니라 역사가가 말을 걸 때만 말한다』 며 역사가의 해석이 있어야 역사적 사실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사실 숭배의 오류를 지적하는 카의 역사철학을 만남으로써 20세기 역사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는 낙관적이다. 역사는 끊임없는 변화이며 진보라고 믿는다. 그러나 19세기식의 단선적 진보주의자는 아니다. 『진보는 비연속적이고… 진보는 만인에게 평등하고 동시적인 진보를 의미하지 않으며, 또 그러한 의미를 가질 수도 없다』며 비연속걱인 진보를 주장한다.

그가 열어놓은 새 지평은 역사가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요구하는 한편 역사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는 『역사에서 절대자는 과거나 현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쪽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는 미래에 있다』고 말한다.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으려는 지식인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가 됐다.

E.H.카(1892-1982)는 영국이 낳은 금세기의 대표적 사가이다. 특히 소비예트 러시아사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4부작 「소비예트 러시아의 역사」는 그의 대표작이자 불후의 명저로 꼽힌다. 다른 주요 저서로 양차 대전 사이 국제정치의 흐름을 다룬 「위기의 20년, 1919~1939」 을 비롯해 「소련이 서구에 준 충격」, 역사철학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20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다 36년 학자로 변신해 웨일스 대학, 옥스퍼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국제정치학과 역사를 가르쳤다. 「런던타임스」 부주필, 48년 국제연합의 세계인권선언 기초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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