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사랑한 작곡가와 가수들은 많았다. 시는 대작곡가의 가곡으로, 인기 가수의 아름다운 노래로 담아졌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대시인 괴테를 숭배했다. 700곡이 넘는 그의 가곡 중 10분의 1 이상이 괴테 시에 붙인 것이다. 그러나 시의 음악적 변용을 꺼렸던 괴테는 슈베르트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슈베르트의 동시대 시인 뮐러는 이렇게 썼다. 『누군가 내 언어 속에 숨어있는 멜로디를 듣고 그 멜로디를 복원해줄 것이다. 나의 영혼과 일치하는 또다른 한 영혼이 있을지 모르겠다』 뮐러의 예감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실현됐다.시와 음악을 결합한 슈베르트의 후예로는 슈만, 브람스, 볼프, 말러 등이 있다. 슈만은 하이네의 시를 사랑했다. 그의 생애에서 사랑의 해였던 1840년에 나온 가곡집 「미르테의 꽃」은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결혼선물로 바친 26송이 노래의 꽃다발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뒤파르크가 보들레르, 고티에 등의 시를 작곡했다. 드뷔시도 말라르메, 베를렌느, 보들레르의 시를 노래로 만들었는데, 특히 「말라르메의 3개의 시」가 아름답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들이 가장 사랑한 시인은 푸시킨이다.
우리 가요의 노랫말로 쓰인 시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시노래의 고전급은 박인희가 부른 「세월이 가면」. 60년대 명동의 한 다방에서 시인 박인환이 읊은 시를, 친구였던 작곡가 이진섭이 바로 노래로 지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동원이 부른 「이별 노래」(정호승 시), 이씨가 테너 박인수씨와 함께 부른 「향수」(정지용 시) 정도가 최근 나온 시노래다. 더 올라가면 송창식의 「푸르른 날」(서정주 시), 김민기의 「가을편지」, 양희은의 「세노야」, 조동진의 「작은 배」(이상 고은 시) 정도가 있다.
하지만 노래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시노래는 적지 않다. 다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노래패 「꽃다지」 1집에는 박노해의 시가 많이 등장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도 「노래」(김남주 시),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김정환 시), 「진달래」(이영도 시) 등의 시노래를 불렀다. 노찾사에서 독립한 안치환씨도 이런 노래를 즐겨 부른다. 그의 3∼6집 음반에는 신경림, 김남주, 정호승, 나희덕, 류시화 시인의 노랫말이 담겨있다. 지난해 「사람이 사는 마을」 음반을 낸 작곡가며 가수인 이지상씨,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를 만든 김현성씨 등이 시노래를 많이 만들어 부르고 있다. 도종환 시인의 100여 편 시를 노래로 만들어 시리즈 음반을 낼 예정인 백창우씨는 이런 노래운동의 맨 앞자리에 서 있다.
오미환·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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