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남성 흡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흡연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법조계에선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소송이 될 것』이라는 신중론과 『일부 승소라도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이 팽팽하다.신중론은 소송의 쟁점인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주한길변호사는 『원고가 폐암에 걸린 이유중에 흡연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러나 담배는 일종의 기호식품이라는 점, 원고가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계속 담배를 피운 점을 감안할 때 원고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쟁점인 국가와 한국담배인삼공사의 불법행위를 밝혀내는 것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지법 판사들은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행위가 존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외국에서 승소했다 해도 우리나라와는 소송 절차와 법리, 대상 등이 판이하다는 점도 소송의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조물책임(PL)법이 제정되지 않아 입증책임이 모두 원고에게 있는데다 담배사업이 국가전매사업이어서 일반 사기업을 상대로 한 외국의 담배소송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에서 「한국에서의 미국 담배소송이론 적용」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배금자(裵今子)변호사는 『폐암과의 인과관계 등은 의학적·확률적 관점에서 개연성만으로도 충분하고 국가와 담배공사측의 주의의무 소홀 등을 입증하면 국내서도 얼마든지 승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변호사는 특히 『미국에서 40년간 패소했던 담배피해소송이 최근 승소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치밀한 소송이론과 입증방법 등이 발전했기 때문』이라며 『담배피해소송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킨 뒤 피해자를 모으고 공동변호인단을 구성, 공익소송차원에서 담배피해소송을 내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배변호사는 한편 공익소송으로 담배피해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한변협에 법률구조를 신청, 소송비용을 지원받는 방안 등을 대한변협과 검토하고 있다.
/박일근 기자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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