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 김귀식『전교조 위원장하고, 빛두레 신앙인 학교 교장 이력은 좀 빼주세요』
42년동안 중·고교 평교사였던 김귀식(65) 선생은 올해 1학기를 마지막으로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를 정년 퇴임했다. 퇴임식 자리에서 그 학교 교장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했던 김선생의 약력에서 몇 가지는 빼고 발표해달라고 주문했다.
잠깐 승강이가 벌어졌다. 지금은 전교조가 합법이고, 누구나 다 아는 전교조 위원장이었던 것이 무에 새삼스러우냐고 김선생은 말했다. 하지만 교장은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달라』고 요구했고, 김선생은 결국 정년퇴임식을 포기했다. 교장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것은 한 초라한 평교사의 개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교조에 대한 모독이고, 평교사 전체에 대한 멸시라고 보았다.
95년부터 2년동안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에서 만든 빛두레 신앙인학교 교장을 지냈고, 97년 전교조 7대 위원장을 지낸 김귀식 선생. 그가 정년퇴임에 맞춰 교육현장의 이야기와 생각을 담은 수필집 「교사는 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우리교육 발행)을 냈다.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은 우리의 미래 앞에 서는 것이고, 민족의 역사 앞에 서는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 우리는 진실과 정의와 양심만을 가르쳐야 한다. 과연 우리가 그래왔는가?』
김씨는 지금도 교육에는 깨달음과 의식화가 중요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교과서」가 썩어가고, 사회와 어른들이 비뚤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방법으로, 그릇된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사는 감동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시와 소설의 아름다움과 저항의식을, 역사의 정의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선생은 『잠자는 교실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를 우리 교육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있다. 한쪽을 깨우다보면 다른 한쪽이 졸고, 이리저리 깨우다보면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린다. 조는 아이들을 그대로 두면 「무능교사」가 되고, 정신 차리라고 매라도 들면 「폭력교사」가 된다. 학교는 죽었다는 말은 학교 현장에 와보면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혼이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백묵 들지 않는 교장과 교감보다 평교사가 우대받는 학교 풍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 가까운 활동 끝에 이제 새로운 활동 단계로 접어든 전교조의 교육 정신을 김 선생의 수필집에서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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